아마 2학년 때로 기억된다.
우리학교 6학년 언니 2명이 '중앙당 5과'에 뽑혀 신체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둘 다 불합격 됐다.
처음엔 쉬쉬하던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파문이 커지자 안전부에서 두 언니를 데려다 심문을 시작했다.
언니 두 명은 학교 음악소조에서 성악을 했는데 그 성악소조를 담당한 남자선생님이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 선생님은 두 언니의 몸에 손을 대 처녀막이 터졌고, 두 언니는 처녀 아닌 처녀 신세가 됐다.
일이 이렇게 되자 선생님이 안전부에 끌려간 것은 당연했다.
안전부에서 선생님을 심문하자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건 두 명의 언니뿐 아니라 음악소조에 있는 예쁜 애들은 죄다 손을 댔다는 것이었다.
학교는 큰 충격에 빠졌고, 오랫동안 후유증이 지속됐다.
결국 이 일로 선생님은 교화소 10년형을 받고 수감됐다.
하지만 뒷 처리를 보면 북한이 어떤 곳이라는 것이 그대로 나타난다.
이 선생님은 집안이 간부인 탓에 얼마 지나지 않아 버젓이 나왔고 그 전에 하던 교직원 생활을 그대로 수행했다.
당시엔 나이가 어려 나쁜 선생님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당사자가 아니라도 몸서리 쳐지는 일이다.
어린 미성년자를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닌 음악소조 애들 전체를 대상으로 그런 짓을 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선생님이 그런 일을 저질렀는데도 법의 심판은 간부인 아버지 편이었다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인데도 준엄한 판단은커녕 자기 주머니를 채우기에 급급했으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간부라는 직책과 자기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법은 북한 아니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런 판단으로 미뤄보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나는 목숨을 걸고 탈북 해 남한에서 자유롭게 살지만 이런 북한을 생각하면 잘 도망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군대생활 할 때 먼저 입당하려면 몸을 요구하는 간부들의 모습과 돈이면 뭐든지 다 되고 언제든 처녀들을 살 수 있다는 그런 북한이 참으로 치욕스럽다.
북한에 있을 때는 이런 것 말고도 별의별 소리를 다 들었다.
일일이 거론하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이지만 모범을 보여야할 간부들이 더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런 법 앞에서 국민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남한 사람들은 잘 모른다.
어찌 보면 북한 주민들은 생지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불쌍한 북한 동포들이 그런 더러운 통치자들 밑에서 빠져 나와 모두 탈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도 나로 인해 핍박을 받고 있을지 모를 어머니와 동생들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
북한은 인권도 천륜도 무너진 지 오래다.
그들이 주민들을 아무리 억압해도 알건 다 아는 시대가 됐다.
그런 사회주의가 이젠 지긋지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