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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선 옆동네 갈때도 당 허락 받고... 뒷돈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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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기자

승인 : 2010. 06. 13. 07:30

어느 탈북여성의 눈물고백 수기-⑪
양승진 기자] "이명박 XXX. 이 XX가 나라를 다 망쳐놓는구먼."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주위를 보니 너무도 태연해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지난 6.2 지방선거 유세를 우연히 봤는데 대통령 욕을 하고 그러는 데도 끌려가지도 않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걸 보고 나는 너무도 놀랐다.
북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이게 자유대한이구나. 내가 여기에 와 있구나" 하고 느껴졌다.

북한에서는 인민들이 정부 조직이나 정부에서 하는 일을 모르고 산다.

그렇게 오랫동안 익숙하게 살아 그게 편했다.

남한에 오니 대통령이 뭘 잘못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자기 할 말을 다 할 수 있으니 북한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다.

남한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는 많은걸 보고 느꼈다.

지금 생각해도 가장 떨리던 순간은 우리 일행이 탄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내리기 직전이었다.
기내 안내방송을 듣고 밑을 보니 불이 난 것처럼 환했다.

저기가 도대체 어디 인지는 모르지만 내릴 때까지 불빛은 끝없이 계속됐다.

"무슨 전기가 남아돌아도 저렇게나 많이 불을 켜놨을까" 하고 정말 놀랐다.

북한에서는 전기가 안 들어와 어둠 속에서 생활하는 때가 많은데 이 나라는 넘쳐도 보통 넘치는 게 아니구나 하고 느껴졌다.

또 남한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차를 타고 지나다니면서 건설현장을 많이 봤다.

헌데 무슨 이유인지 작업하는 사람들을 볼 수가 없어 하루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아저씨 저기는 지금 건설공사 중인 거 맞아요."

"예 맞아요. 지금도 올라가고 있잖아요" 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없어요."

"아 요즘은 대부분 기계가 하니까 많은 인력이 필요 없지요."

난 처음에 건설하다 중단된 건 아닌가 하고 의심했었다.

북한에서는 건설현장에 가면 개미떼처럼 새카맣게 사람이 달라붙어 일을 하니 내겐 그렇게 보인 게 당연했다.

그러고 보면 한국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 하면 뚱딴지같은 얘기가 아니냐고 할 지 모르지만 "한국에 태어난 걸 고맙게 생각햐야 한다. 그것도 큰 복이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돈만 있으면 자기 가고 싶은 데 다 가고, 그것도 해외여행까지 마음대로 갈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북한에서는 주민 이동에 대한 통제가 무척 심한 편이다.

사람이 다 죽게 생겼다는 기별을 받아도 어쩔 수 없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동대문구 정도에 사는 사람이 노원구에 간다고 해도 그렇다.

일단 중앙당까지 승인을 받아야 하고, 실제로 갈 경우 각 단계마다 돈을 뒤로 줘야하니 어쩌면 안 가는 게 차라리 나을 때도 있다.

한국에 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남한과 북한의 사회주의가 바뀌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무슨 소리냐면 한국사회는 복지나 배려 나눔 등 그 자체가 인간 중심적이고 한쪽에 치우침 없이 잘 발전돼 있다.

그야말로 제대로 된 사회주의 같은 느낌이다.

거기다 나쁜 일이 있어도 언론에서 다 밝히니 이 또한 얼마나 투명한가.

또 노인을 공경하는 모습도 그렇고 여성에 대해 배려하는 모습도 북한과 너무나 비교된다.

북한은 이 모든 것이 거꾸로이니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

남한이 옛날엔 북한 보다 못산 적도 있다.

50년이 지난 지금은 역전을 해도 한참 뒤집혔다.

50년 전에는 한국에 올 생각도 안 했는데 지금은 많이들 오고, 그것도 몸만 와 사는데도 이렇게 도와주고 배려해 주니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양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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