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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들 술 많이 먹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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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기자

승인 : 2010. 06. 14. 07:30

어느 탈북여성의 눈물고백 수기-⑫

양승진 기자] 탈북한 사람들은 담배를 많이 피운다.

남한에서는 금연건물을 지정하거나 길거리에서는 가급적 담배 피우는 것을 자제케 하는 등 금연운동이 많이 벌어진다. 그런데도 탈북자들이 담배를  유독 많이 피우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탈북자들에게 물어 보면 북한에 있을 때는 피우지 않았는데 공안에 쫒기고 두려움에 떨다보니 담배를 피우게 됐다고 한다.

물론 북한에서도 담배를 많이 피운다.
남녀 모두비슷한 양상이다.

담배 한 갑에 북한 돈으로 1000원, 2000원 한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잘은 모르는 데 북한사람들은 유독 음식점에서 담배를 많이 판다.

남자들은 담배를 많이 피우지만 술도 무진장 먹는다.

아마도 속이 타니까 자꾸 그런 것만 찾는 것 같다.

여자들도 술을 많이 마신다.

장사해야지, 조직생활 해야지, 남편 비위 잘 맞춰야지 하니까 더 그런다.

남편한테 잘 못 보이면 무지하게 얻어맞고 어디 가서 하소연 할 데도 없다.

북한 여자들이 남자들을 지칭할 때 '미친개'라고 한다.

생겨 먹은 것도 그렇고 아무튼 북한 남자들이 싫어서 탈북한 여자도 많은 걸 보면 북한 남자들은 멋대가리가 없다.

내가 여자라서 꼭 그런 건 아니지만 한국에 오니까 참 달라 보였다.

남한 남자들은 말 한마디나 행동거지가 너무 부드럽고 됨됨이가 참 있어 보인다.

도덕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참 문명해 보이는 데 전체적인 사회 흐름이 그런 것 같다.

대한민국 남자들 정말 잘 나 예전부터 남남북녀(南男北女) 라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나도 북한에서 첫사랑이란 걸 해봤다.

당시 군대에 있을 때인데 남자도 군인이었다.

계급은 중대장쯤 됐는데 국제관계 일을 보는 외교부 쪽 일을 했다.

남자 아버지가 아주 높은 계급이었다.

뭐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당시 그 집엘 가보면 방이 5개쯤 됐고, 응접실과 주방이 따로 있었다. 화장실 2개에 정원도 있었다.

마당 한 켠에는 늘 차가 2대씩 세워져 있었다.

내가 사귄 남자도 잘 생기고 인물 됨됨이가 좋았다.

명절 때마다 외출 나가면 유희장을 찾아 회전그네나 놀이기구를 타는 등 좋은 시간을 많이 보냈다.

남한에서는 당사자들이 좋아하면 남녀관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지지만 북한에서는 그렇지가 못하다.

엄격하게 자랐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자체가 용납될 수 없었다.

남자 쪽 식구들도 내가 맘에 들어 예뻐해 주고 어떨 땐 남자 집에서 차를 보내 데리러 오기도 했다.

다시 부대로 복귀할 때는 전사자 애들 주라며 먹을 것을 잔뜩 싸주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제대를 하고 청진에 가니까 남자 집에서 평양으로 오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못 가게 말렸다.

그 때 평양으로 갔으면 탈북은 없었을 것이다.

당시 아버지가 중국에서 돌아가시고 집안이 많이 흔들렸기 때문에 어머니가 평양으로 보내지 못했다.

그 남자와의 운명은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 청진에서 몇 번 선을 봤지만 그런 남자를 만날 수 없어 결국 혼자 지내다 탈북했다.

그런 내가 중국 남자에게 팔려가 죽도록 일만 했으니 운명의 장난치고는 내게는 너무도 가혹한 형벌이었다.

내 첫사랑 남자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낼까 자못 궁금해진다.
양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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