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영 기자] 일본에 설치된 원자로는 설계상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1970~1980년대 초반 원자력발전소를 설치한 국가에서도 추가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주목된다.
미국 ABC방송은 15일 데일 G. 브라이든보 등 3명의 기술자가 35년 전 제너럴 일렉트릭사(GE)의 마크1(Mark1)형 원자로의 설계에 대한 검토 결과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결함이 있다는 확신을 가진 뒤 GE를 떠났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수십년 간 마크1형 원자로의 능력과 관련해 제기되던 의문은 원자로가 냉각을 할 때 필요한 전력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야기될 막대한 압력을 어떻게 다뤄나갈지에 관한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ABC방송은 이번에 폭발과 방사능 누출이 일어난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의 총 6기의 원자로 중 5기가 마크1형이라고 전했다.
브라이든보는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1975년 확인한 문제들은 냉각장치 손실에 따르는 동하중(動荷重)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것"이라면서 "매우 빠르게 방출되는 에너지에 의해 격납용기가 받을 하중이 이 용기를 훼손시키고 통제 불능의 (방사능)방출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설계상의 결함이 이번 후쿠시마 원전에서 결국 문제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도 16일 "냉각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으면 내부 연료봉이 과열됐을 때 원자로를 싸고 있는 격납용기가 폭발할 수 있다는 마크1형 원자로의 설계상 문제는 이미 1972년 부터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다.
1972년 미 원자력위원회의 안전 관리 담당 직원인 스티븐 하나워는 "마크1 시스템은 격납 디자인이 작아서 안전상 문제가 심각하다며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같은 해 조지프 헨드리도 사용 중단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헨드리는 이후 핵규제위원회 위원장이 된 인물이다.
그러나 헨드리는 "이 기술이 현재 광범위하게 채택돼 있어 이를 폐기할 경우 원자력의 종말이 될 수도 있다"면서 즉각적 중단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NYT는 "1960년대에 개발된 GE의 마크1 원자로는 값이 싸고 건설이 용이하다는 점을 마케팅의 주요 장점으로 활용해 왔다"면서 미국에서도 뉴저지 중부의 오이스터 크리크, 시키고의 드레스덴, 미네아폴리스의 몬티셀로 등 16개 지역의 25개 원자로들이 마크1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GE 측은 마크1형 원자로는 "지난 40여년 이상 믿을 수 있고 안전하게 가동돼 왔다"고 반박했다.
한편 브라이든보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후쿠시마의 상황이 직접적으로 마크1형 원자로의 격납 용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지진과 쓰나미 등의 직접적 결과"라고 한발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