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봤지만 3전 3패를 해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44년 만에 본선에 온 보람도 없이 끝났다.
"졌으니까 북한에 돌아가면 되게 혼나겠구나" 하는 마음이 오히려 앞섰다.
북한에서는 국제대회에 나가 이기면 순식간에 영웅이 되지만 지면 혼나는 게 그쪽 방식이다.
이번 대회 출전을 앞두고 아마 이랬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천안함 사건 등으로 뒤숭숭한 이 때 나가서 제대로 이겨 본때를 보여라"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뒤에 들은 얘기지만 이번 대회에서 잘 하면 화선입당(전투마당에서 입당시키는 것, 일반인은 군대 가야 입당) 시키겠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만큼 신경을 썼다는 얘긴데 전패를 했으니 돌아가면 애 좀 먹겠구나 하는 마음이 안 들래야 안 들을 수가 없다.
TV로 중계되는 모습을 통해 오랜만에 북한 애들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마음이 착잡했다.
중계 전에는 당당한지, 기죽은 모습인지 궁금했는데 막상 보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고, 한편으로는 불안한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포르투갈에 7대0으로 진 경기를 그것도 생중계로 북한 전역에 내보냈으니 북한 정책상 나라망신 시킨 놈들이라고 비난했을 게 뻔하다.
나는 체육 쪽에는 잘 모르지만 탈북자들도 모이면 축구얘기를 했다.
남한에 살면서 탈북자들끼리 북한 경기를 같이 응원 하자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사전에 이렇다 할 말이 없었다.
"다들 먹고 살기 바쁜데 언제 모여 응원을 하느냐, 그것도 늦게 하는 경기를 어떻게 보냐" 뭐 이런 얘기인 것 같았다.
남한처럼 모여서 거리응원을 하지도 못하고, 같이 모여 TV도보지 못할 만큼 우린 처량한 신세가 됐다.
중계방송을 보다 정대세가 우는 장면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경기를 본 탈북자들 모두 울었을 것이다.
그들을 보니 가슴 아팠고, 북에 두고 온 엄마와 동생들 생각이 더 간절해 자꾸 눈물이 나왔다.
축구경기를 보는 내내 나는 한 가지만 반복해 생각했다.
"이참에 니들도 차라리 한국으로 와라" 하고 말이다.
다시 그 끔찍한 곳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자 내 다리도 오그라들었다.
한국과 북한 선수들을 비교하면 비교자체가 안 된다.
영양섭취가 틀리고, 훈련이 다른데 어떻게 이기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한국경기를 보면서 이기라고 응원을 많이 했다.
어떨 때는 골대 맞고 나오는 것 보고 속상해 했고, 편파판정이 나오면 심판이 죽도록 미웠다.
그나저나 한국은 16강에 올라 목표를 달성했으니 다행인데 북한은 졌으니 분명 문제다.
축구가 끝난 후 탈북자들이 모이면 "져서 어떡하냐", "불쌍해서 어떡하냐" 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또 다른 사람들은 "저 정도 하는 것도 기적이다. 다른 나라 선수들처럼 제대로 먹어야 기운을 내지 안 그러냐"하는 소리도 있고 "처벌 받을 것 같아 벌써부터 가슴이 아프다"하는 반응도 나왔다.
아직도 북한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긍정보다는 부정이 당연히 앞선다.
그 지옥 같은 곳을 뛰쳐나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만약 월드컵경기장에서 북한과 남한이 축구시합을 한다면 우린 북한을 응원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북한이 더 가까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