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엄마 꿈에 남동생 목 졸리는 것만 나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372668

글자크기

닫기

양승진 기자

승인 : 2010. 06. 27. 07:29

어느 탈북여성의 눈물고백 수기-(23)
양승진 기자] 이번에는 내가 군대 갔을 때 있었던 우리 집 얘기다.

내가 입대한 지 4년 정도 됐을 때 내 남동생이 군에 입대했다.

동생은 '교도대지도국'이라는 특수부대에 갔다는 소식을 엄마의 편지를 통해 전해 받았다.

나는 "우리집에도 군인이 둘이구나" 하며 기뻤고, 동생이 대견한 것은 물론 한편으로는 보고 싶기도 했다.

그러고 얼마 후 나는 '사로청년비서' 강습소에 추천 받아 가게 돼 우리 집안은 복 받은 집이구나 하며 좋아했다.

그러나 한꺼번에 복이 오면 탈나는 법.

나는 6개월 만에 그 갖은 고생을 하며 만점짜리 졸업증을 들고 부대에 복귀하자 부대원들은 반가워 나를 얼싸 안고 좋아했다.

그리고 엄마한테 온 편지 한 통이 있었다.

개봉해 보니 편지지가 눈물이 범벅이 돼 글씨를 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눈물의 편지였다.

편지내용은 남동생이 당장 '생활제대'를 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생활제대'는 과오를 범해 강제로 군대를 제대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편지에 쓴 내용은 동생은 특수부대라 신병훈련이 1년 걸리는 데 배가 고파 더 이상 군 생활을 못하고 6개월 만에 탈영해 집으로 도망 왔다.

엄마는 다시 돌려보내야 하는데 가슴 아픈 나머지 "집에 있어라" 하고는 군관이 찾아오면 돈 찔러 주고 사정하겠다고 동생을 달랬다.

어느 날 군관 2명이 집에 왔는데 개별지도원과 소대장이었다.

그 사람들이 집에 일주일 머무르는 동안 엄마는 집에 있는 돈을 써 가며 접대를 했다.

잘 먹이는 것은 물론 "집에 갔다 주라"며 집사람과 아이들 옷을 사주고, 담배와 청진 특산물인 바다고기 까지 듬뿍 사줬다.

일주일이나 있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 됐지만 자기들 나름대로 뭔가 잘 마무리 하려나 보다 하고 접대만 열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장사 갔다 오니 동생을 데리고 없어졌는데 집에 있던 금고가 예리한 칼로 뜯겨진 채 그 안에 있던 500만원(북한돈)이 함께 없어졌다.

엄마는 차라리 그 돈 먹고 동생 생활제대만 시키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굶기지 않고 잘 돌봐줄 걸로 믿었다.

설마 돈까지 훔쳐 갔는데 뭔 일이 있겠냐 싶었다.

그런데 몇 달 지나고 어느 날 부터인가 엄마 꿈에 애가 목이 졸리는 등 이상한 것만 나타나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부대에 가 보니 생활제대 문건을 만들어 총참모장 비준만 남겨놓은 상황이었다.

내가 어느 정도 군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판단된 엄마는 동생일이니까 손을 쓰라고 다급하게 쓴 편지였다.

그런데 내가 강습소로 떠난 지 이틀 만에 배달된 편지였기에 내가 오기까지 부대에서 6개월이나 묵은 편지였다.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 골똘히 생각해봤다.

하지만 너무 늦어 손을 쓸 방법도 없이 동생의 운명은 파리 목숨 같았다.

동생이 군대 간다고 좋아했지만 결국 일이 이렇게 됐다.

나는 보름 동안 고민만을 하다 어느 날 결단을 내렸다.

한번 부딪혀 보자.

이 세상에 안 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조급해졌다.

동생을 구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 잘못한 것은 그렇다 쳐도 돈까지 훔쳐간 일은 도무지 용서가 안 됐다.

내 상식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양승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