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동국은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름만을 기다리고 있다. 출격 명령만 떨어지면 그라운드에서 한 건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본선무대 복귀를 앞두고 있는 이동국은 “경기에 나가서도 내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자신감이 대단하다.
한 때 이동국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부상도 말끔히 털어냈다.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 때 이동국은 허벅지 부상을 당했다. 이 때문에 또 다시 월드컵 출전이 불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이후 일본, 벨라루스, 스페인으로 이어진 대표팀 평가전에서도 동료들의 뛰는 모습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한쪽에서는 ‘이동국 무용론’을 제기하며 엔트리에서 하루 빨리 빼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그리스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 뛸 수 없더라도 이동국을 데려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23명 최종엔트리에 그를 포함시켰다.
허정무 감독의 신임 속에 지난 5일 남아공에 입성한 이동국은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유럽 전지훈련 때와 달리 동료들과 똑같은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부상을 말끔히 털어냈다. 회복 속도가 빨라 지난 12일 끝난 그리스전에도 교체 출전이 가능할 정도였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을 아꼈다. 남은 경기에서 한 방이 필요한 순간 ‘이동국 카드’를 뽑겠다는 판단이 컸다.
한국은 오는 17일(한국시간) 2010 남아공월드컵 B조의 최강자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아르헨티나의 전력이 강해 한국은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 역습을 노리는 전술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몇 차례 찾아오지 않을 득점 기회에서 마침표를 찍어 줄 수 있는 공격수들의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한 판이다.
이 같은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동국의 머릿속에는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장면이 수없이 그려지고 있다. 이동국은 “공을 잡는 순간 생각을 하면 늦는다. 미리 공의 방향과 골문의 위치를 파악해 놓고 과감하고 자신있게 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제 한 경기를 했는데 우리는 더 많은 경기를 해야 한다. 남아공월드컵이 우리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길 기대한다”며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8년전 2002 한일월드컵에서 황선홍(현 부산감독)이 월드컵과의 악연을 행운과 맞바꿨다. 이제는 이동국의 차례다. 이동국이 자신의 이름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월드컵 불운’이란 단어를 아르헨티나전에서 지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