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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회·황보현 기자의 볼멘토크] 그리스전 선발 오범석 vs 차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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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현 기자 | 김현회 기자

승인 : 2010. 06. 11. 17:39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설 선발 명단의 윤곽은 대충 드러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 중인 포지션이 있다. 바로 오른쪽 풀백 자리다. 나머지 포지션은 대부분 주전 선수들이 결정됐지만 오른쪽 풀백은 아직까지도 오범석과 차두리가 경쟁하는 형국이다.
‘김현회와 황보현 기자의 볼멘토크’ 제2탄은 이 둘 중 누가 그리스전에 나서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우리 지금 심각하다.


12일(한국시간) 그리스와의 첫경기를 앞두고 훈련에 한창인 오범석(왼쪽)과 차두리

황보현(이하 황보) : 그리스전이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어. 그런데 다른 포지션에 비해 여전히 오른쪽 풀백은 주인이 없네. 현회야, 너는 차두리와 오범석 중 누가 이 자리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

김현회(이하 김) : 형, 나는 오범석에게 더 신뢰가 가. 차두리는 아직까지 불안한 요소가 많지만 오범석은 든든하잖아.

황보 : 에이~차두리가 낫지. 차두리가 누구야. ‘대한민국 축구영웅 위대한 차범근 감독’의 아들이잖아. 골 넣는 유전자는 물려받지 못했지만 유럽 선수에게 뒤지지 않는 체력과 공보다 빠른 스피드는 역시 차두리야. ‘군계일학’이라고… 수비수는 ‘수비’만 잘하면 돼.

: 수비는 오히려 오범석이 훨씬 낫지. 오범석은 지난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도 80분간 활약하면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어. 차두리에 비해 유럽 선수를 상대할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틀렸다는 걸 입증했잖아. 차두리의 수비는 아직까지도 불안해.

황보 : 오범석은 지난번 동아시아대회 중국전에서 0-3으로 패배할 당시의 주역이라는 거 몰라?

: 중국전은 팀 전체가 부진했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고 봐. 월드컵 본선에서 맞붙을 팀을 상대로 강력한 압박을 펼쳐야 하는 대표팀이라면 당연히 오범석을 포백 라인의 한 축으로 세워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오범석은 투박한 차두리에 비해 지능적인 반칙을 더 잘한다고. 오범석의 별명이 ‘반칙왕’이잖아.

황보 : ‘반칙왕’이 자랑이냐? 차두리의 플레이가 투박하고 노련하지 못한 점은 인정해. 하지만 차두리의 축구 스타일은 정직해. 교묘하게 상대에게 반칙을 이끌어내지도 않고 자신의 장기인 체력과 스피드로 부족한 점을 커버하거든. 그런 점이 축구팬들에게 어필했고 허정무 감독도 인정한 부분이야. 봐봐 차두리는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안티’가 없는 선수 중에 한명이야.

: 나는 차두리가 오히려 그래서 더 불안해. 정직한 반칙으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을 거 같거든. 또한 화려하고 개성 강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는 팬들이 좋아하지만 묵묵히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선수는 감독이 좋아하잖아. 전자가 차두리라면 후자가 오범석이야. 차두리는 화려하지만 내실이 없어.

황보 : 차두리는 거칠다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살아남았고 오범석은 러시아 무대에서 쫓기듯 국내로 돌아왔어. 이 말은 오범석보다 차두리가 낫다는 반증 아니냐?

: 오범석이 유럽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돌아온 건 사실이지만 첫 시즌에는 붙박이 주전이었는데 이후 계약 문제로 팀과 불화를 겪어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뿐이지 그가 실력이 부족해 K-리그로 돌아온 건 아니잖아. 나는 오히려 오범석이 K-리그에서 뛰고 있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해.

황보 : 그게 어떻게 장점이 될 수 있지? 다들 유럽파를 더 선호하는데?

: 그건 박지성처럼 누가 봐도 경쟁 상대가 없는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고 비슷한 수준이라면 오히려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봐. 이미 시즌을 마치고 월드컵을 준비 중인 ‘유럽파’ 차두리와는 다르게 한창 시즌 중에 월드컵을 맞는 오범석의 몸 상태가 훨씬 낫다고 보거든. 그리고 형도 봐서 알겠지만 오범석은 지금 K-리그에서도 날아다니잖아.

황보 : ‘울산의 오범석’은 정말 짜증날 정도로 잘하긴 잘해. 그런데 차두리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간간히 주간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리며 소속팀의 중추적인 선수로 성장했어. 오범석과는 비교할 수 없지. 그리고 장신의 그리스를 상대로라면 더욱 차두리가 필요하지 않겠어?

: 형은 어떤 의미에서 차두리가 그리스전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데?

황보 : 그리스는 높이와 체력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야. 팀이 노쇠했고 세대교체에 실패했다고는 하지만 유럽인은 동양인과 체력적인 면에서 우위에 서있는 게 사실이야. 그동안 유럽에서 유럽선수들과 직접 부딪치며 축구를 배운 차두리는 그리스전 해법을 터득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체력과 스피드가 좋은 차두리가 선발이 되어야 하지. 여기에 ‘몸빵’이 되니 든든하잖아.

: 나도 물론 그리스가 힘이 좋은 팀이라는 걸 인정해. 하지만 오른쪽 풀백이 막아야 할 선수가 누군지 파악하는 것도 필요해. 요새 그리스는 스리톱을 들고 나오는 데 왼쪽 윙포워드로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가 나올 가능성이 크거든. 사마라스는 신장도 좋지만 발재간이 무척 뛰어나. 지능적으로 수비할 필요가 있어. 차두리를 기용한다면 그의 장점을 살려 활발한 공격 가담을 해야 하지만 그럴 경우 발재간 좋은 상대 수비에 당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봐. 수비력이 부족한 차두리의 뒷공간은 너무 넓어 보여. 그리고 내가 보기엔 공격적으로도 오범석의 가치가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해.

황보 : 공격은 역시 차두리 아니냐? 난 차두리가 드리블을 하며 상대공격 진영을 향해 달려갈 때 흥분되더라. 역시 축구는 공격축구야. 난 수비축구는 싫어한다고.

: 차두리의 스피드에 팬들은 열광하지만 그는 여전히 기본적인 전진 패스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잖아. 차두리의 장기(?)인 ‘소녀 패스’로는 골을 넣을 수가 없어. 피지컬은 풀백의 한 요소일 뿐이야. 오범석은 일단 패스가 되잖아.

황보 : 공격적으로 봐도 차두리가 훨씬 필요하지 않겠어? 키가 크면 그만큼 스피드가 느린데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차두리가 그리스의 장신을 상대하기에 훨씬 유리하잖아. 대표팀 내에서도 훈련중 차두리와 부딪치는 걸 꺼려해. 온몸이 무기잖아. 괜히 인터넷에서 ‘차두리=로봇’이라는 얘기가 떠도는게 아니야.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차범근 감독이 차두리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 그런데 우리 이렇게 오범석과 차두리를 가지고 토론하는데 이영표가 오른쪽 풀백으로 나오는 거 아니야?

황보 :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지. 현회 너 말대로 경기 당일 이영표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왼쪽은 김동진이 맡고, 현재 100% 몸상태가 아닌 이동국 대신에 차두리가 공격수로 나선다면?

: 그거 정말 대박인데? 근데 형 그거 알아? 가장 중요한 걸 빼먹었어. 결론적으로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허정무 감독이 듣지는 않을 거야.

황보 :그래도 좌절하지 말고 응원이나 열심히 하자.
황보현 기자
김현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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