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과 멕시코는 11일(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A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후반에만 한 골씩을 주고받은 가운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남아공과 멕시코는 가시밭길로 접어들게 됐다.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A조의 나머지 두 나라의 전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조 1위가 유력한 프랑스와 ‘남미의 복명’ 우루과이는 남아공과 멕시코가 쉽게 승점을 쌓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16강이 불투명해진 남아공은 역대 월드컵 개최국 가운데 처음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짊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4개 대회 연속 16강에 진출했던 멕시코도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후반 9분 골을 성공시킨 시피웨 차발랄라(카이저 치프스)는 남아공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이 됐지만 팀의 승리가 날아가면서 빛이 바랬다.
경기 시작부터 맹렬한 공세를 퍼붓던 멕시코는 전반 2분 만에 선제골 기회를 잡았다. 오른쪽을 돌파한 파울 아길라르(파추카가)가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가 남아공 골키퍼 이투멜렝 쿤(카이저 치프스)을 맞고 문전으로 흘렀다. 지오바니 도스 산토스(갈라타사라이)가 슛을 날렸지만 수비 맞고 골라인 아웃됐다.
전반 15분 또 한차례 멕시코의 매서운 공격이 이어졌다. 오른쪽 코너킥을 기예르모 프랑코(웨스트햄)가 헤딩 슛으로 연결한 것. 그러나 공은 골대를 훌쩍 넘어갔다.
경기 주도권을 잡은 멕시코는 남아공을 계속 압박했다. 전반 19분 멕시코의 도스 산토스가 하프라인 인근부터 치고 올라가 왼발 슛을 날렸지만 이번에도 공은 왼쪽 골포스트 옆으로 살짝 빗나갔다.
전반 32분 멕시코는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기회도 놓쳤다. 카를로스 벨라(아스널)가 수비벽을 넘기는 감각적인 패스를 내줬고, 프랑코가 슛을 날렸지만 남아공 수문장 쿤의 오른손에 걸렸다. 5분 뒤 페널티박스 왼쪽을 뚫은 도스 산토스의 왼발 슛도 남아공 수비에 막혔다. 이어 왼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벨라가 골문으로 밀어 넣었지만 오프사이드 기가 올라가면서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움츠리고 있던 남아공도 전반 막판 공격을 퍼부었다. 44분 왼쪽 공간을 침투한 차발랄라가 빠르게 크로스를 올렸다. 카틀레고 음펠라(마멜로디 선다운스)가 껑충 뛰었지만 공은 머리 위로 지나갔다. 계속된 공격에서 오른쪽 코너킥이 카기쇼 디카고이(풀럼)의 머리까지 연결됐지만 골문을 외면했다.
후반 들어 남아공은 미드필더에서의 패스가 살아나면서 멕시코를 몰아 붙였다. 남아공은 후반 9분 마침내 멕시코의 골문을 열었다. 미드필더 지역에서 넘어온 침투패스를 이어받은 차발랄라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공을 한번 컨트롤한 뒤 강력한 왼발 슛을 날렸다. 멕시코 골키퍼 오스카 페레스(차아파스)가 몸을 날렸지만 공은 강하게 골네트를 흔들었다.
남아공은 후반 25분 두번째 득점 기회를 놓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후방에서 넘어온 패스를 이어받은 촐로펠로 모디스(올랜도 파이레츠)가 골키퍼와 맞섰지만 추가골을 넣는데 실패했다.
후반 34분 수비수 라파엘 마르케스(바르셀로나)가 멕시코의 해결사로 나섰다. 안드레스 과르다도(데포르티보)가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가 문전 왼쪽에서 도사리고 있던 마르케스에게 연결됐고, 마르케스가 오른발로 침착하게 동점골을 완성했다.
행운의 여신은 끝까지 남아공에게 미소를 짓지 않았다. 후반 45분 음펠라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남아공은 땅을 쳤다. 사커시티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8만4990명의 홈 팬들의 탄식 속에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