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동일본 대지진] 사재기로 텅빈 매장···전철역엔 긴 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459108

글자크기

닫기

조은주 기자

승인 : 2011. 03. 15. 10:17

   
[도쿄=아시아투데이=조은주 기자] 지진에 익숙하다는 일본인들도 이번 위기 상황에는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NHK, 후지TV 등 각 방송사들은 대지진이 일어난 후 4일이 지난 15일 오전까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재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이 개최될 때에도 정규 방송을 내보내던 방송사들이 이번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자가 일본에서 유학을 하던 1995년 한신대지진이 일어난 1월 17일에도 모든 채널이 재난 방송을 내보내긴 했지만 이렇게 길게 이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14일 이케부쿠로의 한 편의점 내부 모습. 도시락과 삼각김밥 등은 대부분 품절됐다.            사진=조은주 기자
이케부쿠로의 한 편의점을 들어가 봤다. 도시락과 삼각김밥 등은 대부분 품절됐다.

흔히 사재기를 하지 않는다는 일본인에 대한 관념도 맥없이 무너졌다. 계속되는 여진 탓인지 시민이 생필품을 사모으는 광경은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대형 슈퍼는 생필품과 방재 물품 등을 사려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도쿄의 한 슈퍼의 경우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입장을 제한하기도 했다.

편의점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도시락, 라면, 주먹밥 등은 순식간에 팔려나가고 있으며 휴대용 가스레인지나 건전지 등은 모두 동이 났다.

지진으로 물품 유통이 원활하지 않고 물건이 있어도 지진 피해 지역에 최우선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타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14일 일본 정부가 내놓은 계획정전 조치도 시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정전까지 이뤄지면서 공포가 배가되고 있다.

마루노우치센 신주쿠역에서 전철을 타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은 이날 계획정전에 따른 운행 축소에 크게 당황해 했다.

마루노우치센 신주쿠역에서 전철을 타기 위해 줄을 선 광경.                                         사진=조은주 기자
   

출근길 전철을 타기 위해 역앞에는 수 km씩 긴 행렬이 이어졌고 가장 사람이 많은 JR 쥬오센 열차는 역사 안으로 들어가서도 또 다시 30분 이상 줄을 서야 했다.

부족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기에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동참하고 있지만 무표정한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술 소비량도 크게 줄었다. 기자가 취재한 이케부쿠로의 한 이자카야의 경우 대지진이 일어난 첫 주말인 12일 매출은 약 21만 엔. 평소 주말이면 70만~80만엔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지만 겨우 4분의 1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주말에 손님이 없어 테이블이 텅 빈 건 5년전 매장을 오픈한 이후 처음이었다고 점장은 설명했다.

시내 백화점들도 예고없이 개점 휴업이 속출했다. 관계자는 여진이 계속돼 손님이 줄었고 전철 축소 운행으로 점원들이 출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어떤 재난 상황에서도 침착하다던 일본인들도 사상 최악의 대지진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도쿄=조은주 기자

조은주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