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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센다이 현장, ‘한 끼 식사는 사과 4분의 1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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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주 기자

승인 : 2011. 03. 15. 09:54

조은주 기자] 평온했던 해안가 마을이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처참히 무너졌다.

해변가에 화톳불을 놓고 해가 지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스르르 눈이 감기던 포근한 곳으로 일본인들은 센다이를 기억한다.

서울 많큼 넓은 땅에 인구는 서울의 10분의 1도 안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래서 여유롭다. 물도 맑고 공기도 좋아서 이곳은 노후 도시로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 11일 땅이 흔들리고 쓰나미가 밀려오면서 모든 것이 꿈으로 사라졌다.
물 한통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뜨린 사람의 행렬은 1945년 2차대전 패전당시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2차대전 패전 후 정해진 시간에만 음식을 받을 수 있었던 일본인들은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자신의 차례가 오길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좋아보였던 일본인들의 줄서기 문화가 지금은 애잔하게 느껴진다.

지진이 발생한 다음날인 12일에는 하루 세끼 도시락이 나왔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자 그것도 동이났다고 한다. 13일 오전에는 바나나, 오후에는 사과 4분의 1개, 저녁에는 귤 하나가 전부였다.

저녁이 되면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마음까지 추워지는 것 같다고 일본인들은 말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들로 추위는 조금씩 녹는다.

학생들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에게 먼저 음식을 먹여준다. 울거나 찡그리는 사람은 없고 서로가 서로에서 힘내라는 말을 하고 있다. 추위로 언 손을 녹이려고 서로의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은행이 다시 문을 열었다. 카드나 통장을 미처 가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신분증만 보여주면 10만엔까지 출금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현장으로 간 외신 기자들은 일본인들에게 ‘배려’는 생활이라고 말했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흘러나오는 또렷한 목소리는 라디오 방송 뿐이다. 모든 채널은 하루종일 지진피해 상황과 정부의 대책을 소개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센다이 지역을 나가려는 주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친 사람들은 말 할 기운도 없어 보인다고 했다. 정신을 차린 사람들 중 일부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센다이를 벗어나려 버스 터미널로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버스가 언제 떠날지 어디로 갈지도 모르지만 무작정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차를 타고 가려던 사람들은 3시간이 지나서야 10km를 움직였다. 도로 곳곳이 균열되고 파괴돼 교통은 마비 상태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그래도 가려는 의지가 역력하다.

사실 이지역은 지진의 직접적 피해보다는 쓰나미로 인한 상처가 더 크다. 몇 개의 마을은 전멸되다시피 초토화됐고 수 천명으로 추산되는 사망자수도 대부분 쓰나미 때문이다.
200~300구의 시신은 아직 건물 잔해에 깔려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거리마다 느티나무가 늘어서 있어 ‘숲의 도시’라 불렸던 이곳이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센다이=조은주 기자
조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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