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차 핵실험 단행에 대해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기존 6자회담 틀을 핵 군축협상 틀로 바꾸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 형태의 협상을 원한다는 것이다.
집권 후 ‘핵무기 없는 세상’을 강조해 온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도전으로 읽힐 수도 있는 대목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적성 국가의 정상들과 필요하다면 직접 대화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밝혀왔지만 북한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강하게 대처하는 모습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돌아오자 마자 25일 오전 2시에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실제 북한이 ‘강성대국 완성의 해’로 정한 2012년까지 소형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승주 전 외무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지난 6개월 동안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은 의사를 확실하게 강조했다”며 “핵 군축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한두 개 줄이는 수준에서 현상 유지를 원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의 궁극적 목표는 완전한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얻는 것이며, 워싱턴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대북정책 방향이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5일 “대북정책 수정문제는 조만간 오바마 대통령이 정면으로 직면해야 할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부시 정권도 집권 초기 대북 강경책을 유지하다 2006년 이후 이라크 문제를 포함한 대부분의 외교 사안이 어려움에 직면하고 지지율이 급락하자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한 바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 수정 방향과 관련, 강성학 고려대 교수는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대북정책 수정은 앞으로 있을 유엔 안보리 합의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독단적으로 대북 정책을 수정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현재 미국의 관심은 8월에 있을 아프가니스탄 총선에 집중돼 있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미국을 보채는 모양새지만, 현재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문제까지 챙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누구보다 북한 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걸 잘 있다며 “현재 미국이 북한에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만큼 대북 문제에 있어 관리만 최악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담대한 도전’으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그가 북한의 ‘무모한 도전’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