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을 나흘 앞둔 19일(한국시간) 선발 라인업에 대해 “한두 자리는 바뀌겠지만,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지난 17일 아르헨티나전 때 선발 출전했던 베스트 11을 큰 폭으로 교체하지는 않을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수비에 비중을 두고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던 아르헨티나전과는 달리 반드시 승리해야 할 나이지리아전에서는 공격수를 늘려 4-4-2 포메이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박주영(25·AS모나코)과 함께 투톱에 나설 후보로는 이동국(31·전북)이나 염기훈(27·수원)이 유력하다.
허 감독은 최종엔트리에 이동국을 포함시킬 때부터 나이지리아전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나이지리아가 승기를 잡기 전에, 초반 공격으로 골을 넣겠다는 것이 허 감독의 구상이다.
볼을 오래 끄는 습관이 있는 나이지리아 선수들로부터 볼을 끊어 기습적인 역습을 통해 이동국에게 마무리를 맡긴다는 전략이다.
허 감독은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 때 박주영-이동국 투톱을 테스트한 바 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네덜란드전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출전 기회를 맞는 이동국은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전에서 입은 허벅지 부상을 꾸준한 재활을 통해 완전히 극복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출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동국은 2001년 9월 부산에서 열렸던 나이지리아와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46분 극적인 헤딩 결승골을 뽑아낸 경험도 있다.
박주영의 파트너로 허 감독이 염기훈(27·수원)을 기용할 가능성도 있다.
염기훈은 아르헨티나전에서 1-2로 끌려가던 후반 초반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잡고도 왼발잡이라는 한계 때문에 득점에 실패했지만, 전담 키커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키커 특명을 받은 선수 중 박주영과 기성용(21·셀틱)을 제외하면 유일한 왼발잡이라는 점도 염기훈이 투톱으로 기용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밖에 오른쪽 풀백으로는 오범석(26·울산) 대신 차두리(30·프라이부르크)가 다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차두리를 대신해 투입했던 오범석이 집중적으로 뚫리면서 상대에게 결정적 찬스를 여러 차례 허용했던 만큼, 일단 허 감독의 오범석 기용은 실패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재 나이지리아는 중원 사령관 존 오비 미켈(첼시)이 무릎을 다쳐 최종엔트리에서 빠진 데다, 그리스전에서 미드필더 사니 카이타(블라디캅카스)가 퇴장당해 한국전에 나오지 못한다.
또 왼쪽 풀백인 타예 타이워(마르세유)와 우와 에치에질레(렌)까지 부상으로 경기 출장이 불투명해 수비에 구멍이 뚫린 상태라, 박주영-이동국의 힘과 결정력, 경험이라면 충분히 득점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