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정해용 기자] "아르헨티나의 라이벌은 아르헨티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르헨티나의 간판 스트라이커 리오넬 메시(23·바르셀로나)가 최근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이다.
그는 한국팀에 대해 "매우 빠르고 공수전환이 좋다"고 치켜세우면서도 아르헨티나의 승리에 대한 믿음에는 조금의 흔들림이 없는 모습이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메시의 움직임이 이번 경기가 어떻게 전개되느냐를 가르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 12일 나이지리아와의 B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메시는 골을 넣지 못했다. 하지만 8차례의 슈팅 중 4차례의 유효슈팅을 기록할 정도로 골키퍼와 수비들을 괴롭혔고 84차례의 장·단패스, 드리블, 돌파력 등 그야말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고 다녔다. 일각에서 떠돌던 '피로가 쌓였다'는 루머를 일축하고도 남는 플레이였다.
전 세계 축구팬들은 아르센 웽거(61) 아스널 감독의 "메시는 플레이스테이션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선수"라는 말을 떠올리며 전적으로 공감했다. 감독이 원하는 움직임을 위해 버튼만 누르면 되는 선수가 메시다.
허정무 감독은 메시를 잡기위해 대인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대인방어보다 협력수비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더블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 전략 등 미드필드 진영에서부터 메시를 꽁꽁 묶어두어야만 한다. 메시를 위해 준비해 놓은 허정무의 카드 가 무엇인가가 팬들의 주된 관심사다.
‘진공청소기’ 김남일(33·톰 톰크스)의 출전도 기대된다.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이자 3번째 월드컵 무대에 나선 백전노장 김남일이 출전해 메시를 막을 특명을 부여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메시가 주로 오른쪽에서 파고드는 공격루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왼쪽 길목을 지키는 수비수 이영표(33·알 힐랄)의 역할이 강조된다. 이미 유럽과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를 겪으며 기량을 갈고 닦은 그는 "메시를 막을 자신이 있다"며 팀에 자신감을 북돋았다.
김정우(28·상무) 기성용(21·셀틱)의 협력수비도 중요하다. 지난 그리스전에서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 차두리(30·프라이부르크)는 메시가 집중마크될 경우 이과인(23·레알마드리드)이나 테베스(26·맨시티)의 돌파를 봉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선수들은 모두 문전에서 슈팅기회가 왔을 때 결정력이 상당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슈팅을 허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마르틴 데미첼리스(30·바이에른 뮌헨) 가브리엘 에인세(32·올림피크 드 마르세유) 월터 사무엘(32·인테르 밀란) 호나스 구티에레스(27·뉴캐슬)의 포백라인은 아르헨티나의 약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전에서 허점을 보인 구티에레스를 니콜라스 부르디소(29·AS로마)로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수비진 강화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팀 공격을 지휘해 나가는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아르헨티나의 수비진들을 어떻게 공략해 나갈 것인가도 축구팬들의 관심사다. 또 박주영(25·AS모나코)이 그리스전에서 보여주었던 골 결정력 부족을 보완, 아르헨티나의 골네트를 흔들 수 있는지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마라도나 감독은 "허정무 감독을 분명히 기억한다. 그 때(1986년 멕시코월드컵) 한국팀은 축구가 아니라 태권도를 했다"고 일갈했다. 허정무 감독이 수비를 하다 마라도나 감독의 허벅지를 걷어차는 행동을 한 것이 축구가 아니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제 마라도나에게 한국 축구를 '태권도'가 아닌 '축구'로 기억시킬 때가 다가오고 있다. 대표팀은 마라도나 감독에게 허정무의 '발차기'보다 더 아픈 '결승골'을 넣기 위해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