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린고 하니, 우리나라와 그리스의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본선 첫 경기 다음날 지인의 입에서 나온 소리다.
우리는 종종 '먹는게 남는거다'란 사고에 지배당한다. 야구장엘 가나 축구장엘 가나 하이에나처럼 어슬렁어슬렁 주전부리를 찾아 헤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었을 거다.
하물며 전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엔 어련할까. 사실 월드컵 응원에 필수 품목은 악마 뿔 머리띠도 아니고 페이스 페인팅도 아니다. 오직 치맥(치킨+맥주)이다. 치맥이 없으면 월드컵을 본들 흥이 제대로 나질 않는다. 때문에 한국 경기 며칠전 동네 치킨집에는 묘한 긴장감까지 돌았다고 한다. 역시 경기 당일 치킨집 전화는 쉴틈이 없었다고.
경기 후 인터넷을 뒤져보니 치맥과 관련된 재미있는 글들이 눈에 띄었다. 치맥을 확보하기 위해 경기 하루전 예약을 해놨다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치킨 배달이 와서 계산을 하고 오니 '박지성이 골을 넣었다더라'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월드컵과 치맥이 떼려야 뗄수 없는 사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경기를 관전하면서 치맥을 먹는 걸까.
월드컵 응원하면 일단 사람들이 모인다.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월드컵 한국전은 안 볼 수가 없다. 이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애국의 문제다. 경기장이든, 집이든, 회사든 장소를 막론하고 곳곳에서 응원전이 벌어진다. 그런데 집이 아닌 야외라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한정된다. 결국 선택권은 패스트푸드계의 삼형제 치킨, 피자, 햄버거 등으로 좁아진다.
이 중에서는 단연 치킨이 우세다. 일단 피자나 햄버거는 토핑이 올라간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질질 흘리게 되고 손에 묻히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교적 깔끔한 치킨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 깔끔족들은 절대 양념통닭을 시키는 실수를 허락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치킨을 원래 좋아해
연령별로 살펴보면 40-50대는 삼형제 중 치킨 외에 다른 것은 웬만하면 취급하지 않는다. 이들은 피자나 햄버거를 먹으면 곧 김치찌개를 먹어줘야 한다.
한식 양식을 골고루 먹고 자라 느끼한 것들과 친한 젊은 층 역시 피자와 햄버거보다는 치킨을 선호한다. 2004년 374명의 남·여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대학생의 패스트푸드 소비행태에 관한 연구:한국생활과학회지)한 결과 대학생들의 패스트푸드 선호도는 치킨, 햄버거, 피자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젓가락을 던져버려!
배달되는 음식에 패스트푸드만 있는게 아니라며 태클을 거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맞다. 보쌈도, 족발도, 중국음식도 배달이 된다. 하지만 이 음식에는 한가지 취약점이 있다. 젓가락이 필요하다는 것.
먹긴 먹어야겠는데 젓가락질까지 하며 먹을 수는 없다. 언제 골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으려다 골을 놓치면 그것만큼 억울한 것이 없다. 아무리 리플레이를 본들 남들이 다 느낀 짜릿함은 내 것이 아니다.
따라서 오른손엔 맥주를, 왼손엔 닭다리를 잡고 눈은 화면에 고정하는 것이 '월드컵 관전의 정석'인 것이다.
맥주를 먹는 것은 치킨과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이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전반전이 끝났는데 취해버리면 곤란하지 않은가. 게다가 소주는 잔에 따라야하지, 잔 부딪혀야지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그러나 이런 불편함을 떠나 맥주가 너무 싱거워(?) 흥이 안난다는 사람은 팩소주를 챙기면 된다. 다른 사람의 흥을 깨지만 않는다면 NO PROBLEM! 한쪽으로 빨대 꽂고 한쪽으로 물어뜯고, 그것 또한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