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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0일 아시아투데이는 ‘1등 모바일신문’을 표방하며, 새로 모바일 웹과 앱의 혁신을 공론화했다. 형태의 변화에 걸맞는 ‘내용(콘텐츠)’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전사적인 노력을 대내외적으로 약속한 것은 물론이다. 쉽지 않은 노력의 첫발을 내딛은 그 한달 뒤 아시아투데이는 창간 9주년을 맞는다.
‘모바일 퍼스트’를 주창했던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한단계 나아가 ‘모바일 온리(Mobile Only)’를 선언했다. “모바일로 모든 비즈니스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그의 호언이다. 이미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이 아시아투데이도 절반에 육박하고 있는 현재 ‘모바일’은 여전히 화두다. 4~5년 전 모바일 세상을 전망했다면, 지금 전망은 현실이 돼 모바일 혁명을 진행중이다.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동시에 책임 있는 자세도 플레이어 모두에게 요구하고 있다.
플랫폼의 다양화와 함께, 혁신의 완성을 위한 다양한 과제도 쏟아지고 있다. 우왕좌왕하기에는 경쟁도 치열하다. 이러한 때 아시아투데이는 창간 9주년의 대명제로 ‘모바일화(모빌리제이션)’를 앞세웠다. ‘모바일 온리’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병행해, 각계 전문가들은 현상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전망을 할 지를 공유하고 싶었다. 창간특집호 첫날은 이러한 대담으로 꾸며진다. ‘모바일화’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대담이 그 단초를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담에는 이원태 KISDI 조사분석실 연구위원, 한상기 (주)소셜컴퓨팅연구소 소장,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연구소 소장이 함께 했다. 사회는 하만주 아시아투데이 미래전략실장(겸 정치부장)이 맡았다. 큰 주제별로 각 대담자들의 말을 묶어 ‘글’로 풀었다.
사회: 사회 전반에서 모바일화 바람이 거세다. 이를 통한 우리 사회의 변화를 꼽는다면.
한상기 박사: 모바일 변화는 단순히 스마트폰의 확장이라기보다 ‘올웨이즈 커넥티드(Allways Connected)’의 구체적 실현이다. 항상 연결돼 있다. 과거 2G, 3G와 달리 어디서든지 우리는 인터넷으로 어떤 기기나 장비로 완벽한 연결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고객이 무슨 행동을 할 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모바일에서 우리 현재 위치부터 처해있는 상황까지 알 수 있다. 모바일은 우리의 사고나 기억의 연장이다. 이것이 하나의 새로운 기능이다. 미디어나 콘텐츠 소비 방식이 급변하고 있다.
이원태 박사: 우리는 이제 상시 접속의 환경에 놓여져 있다. 단절적이지 않고 끊임없이 연결돼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미디어의 개인화다. 개인화된 미디어 환경이 모바일이 가져다 준 가장 큰 변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없어졌다는 건데, 최근 부각된 O2O(Online to Offline) 용어에서 보듯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기적인 결합이 특히 모바일을 통해 심화됐다.
김익현 소장: 모바일 시대는 기동성을 크게 확장했다. 손 안의 사무실도 이젠 낯설지 않다. 모바일 하면 생각나는 건 징기스칸이다. 그가 세계를 정복한 원동력이 바로 기동력이면서 단체로 이동했다. 실제로 모바일 기기로 실현되는 올웨이즈 커넥티드 등 그런 면들이 모바일이 가져다 주는 가장 큰 변화다. 이동하면서 모든 걸 처리하는 것, 그게 가장 큰 사회 변화라고 생각한다.
사회: 모바일화가 진전되면서 ‘소통이 불통을 낳았다’는 역설도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질 저하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상기: 저는 사회-문화적 변화를 많이 느낀다. 문화적 변화는 어두운 면, 문제점이 보인다. 소통 방식에 큰 변화가 있다. 이젠 전화를 거는 것 자체가 무례한 게 돼버렸다. 카카오톡, 라인 등 메시지로 먼저 하는 게 먼저다. 공간에 대한 침입이 어려워진 시대가 됐다.
개인 문화 쪽으로 본다면 우리가 많이 얘기하는 휴식, 고독이 상실된 시대다. 모든 사람이 너무나 연결돼있고 이를 벗어나질 못한다. 가끔은 쉬면서 생각도 해야 창의성도 나타나고 새로운 발견. 심도있는 분석도 할 수 있다.
너무도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으니 오히려 진정한 지적 활동이 둔화되는 게 아닌가 우려가 들 때도 있다. 물론 창조나 생각, 토론의 과정이 변화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김익현: 내 경험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정체성 혼란도 온다. 내가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 오프라인인지, 온라인인지 애매할 때가 많다. 카톡, 페이스북 1:1 대화를 하다보면 어디서 만난 사람인지 혼란이 온다.
매 순간순간 접속해서 발언해야할 것 같은 의무감 비슷한 것도 생겼다. 굳이 비유하자면 선발투수는 한 번 투입되면 6, 7이닝 책임지고 일정기간 쉰다. 구원투수는 매일 등판하면서 매 경기 나오곤 한다. 어느 순간 내 커뮤니케이션 체질이 바뀌었다. 모바일 환경에 따라 사람들 그런 식으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원태: 개인화된 미디어의 특성은 비선형적이다.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선택적 정보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정보 편식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합리적인 대화가 빈곤해지고 있다. 자기중심적(에고 센트릭)인 커뮤니케이션 상황에 놓이다보니 편향된 여론이 형성될 수 밖에 없고, 사회 통합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한상기: 그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또 있다.
우리가 심리 중으로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정보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마음)에 시달리고 있다. 내가 뭔가 중요한걸 놓치고 있지 않나, 참여해야 하는데 참여 못하는 게 아닌가 끊임없이 확인한다.
포모 현상이, 이러한 모바일 현상이 개인에게 주는 부담감이 커진다. 어쩌면 내가 소외될 수도 있다, 이런 두려움의 발현이다.
김익현: 공감한다. 내가 아까 야구 얘기 한 것도 그런 체질 부분이다. 순간순간 계속 접속해서 확인해야 할 것 같은 기분. 사실 하루 정도 접속 안해도 살 수 있다.
한상기: 없이도 잘 살았다.
김익현: 확인 해도 별 거 없다. 하여간 뭔가 놓칠 것 같은 괜한 불안감이 있다. 모바일 기기가 편리하면서도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체질 변화라고 생각한다. 부작용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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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 소장과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소장 겸 세종대 ES센터 교수, 이원태 KISDI 연구책임자(왼쪽부터)가 6일 서울 여의도 아시아투데이 본사에서 창간 9주년 기념 '모바일로 초래된 변화-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대담을 갖고 있다. /이병화 기자 photolbh@ |
사회: 모바일 ‘혁명’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체제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게 아닌가 싶다. 양자 간 부조화가 존재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다면 왜?
이원태: 모바일 혁명이 가져다준 여러가지 혜택과 사회 긍정적 가치들이 정치 사회 등 곳곳에 내면화되지 않는 이유는 진짜 모바일의 가치, 진정한 가치를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매개 집단인 언론과 정치인 등 기득권 있는 집단에 모바일 DNA가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모바일 DNA를 가졌다고 느낄 정도로 잘 활용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단순 상품화 전략이나 유통 마케팅 전략에 쓰일 뿐, 깊이 있는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모바일이 갖는 진보적 가치를 자꾸 기존 질서에 맞추다 보니 못 살아난다. 이게 반복되고 있다.
한상기: 눈 감고 귀 막고 있다고나 할까. 외부에 의한 개방이 뼈아프다.
과거 우리 체제를 아이폰이 들어와 무너뜨렸다. 지금 해외 직구도 마찬가지다. 이게 규모가 3조~5 조를 넘어섰다.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리바바, 알리페이 이게 애플페이보다 더 중요해보인다. 이미 명동이나 면세점에서는 알리페이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실제 바깥 힘에 의해 안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변화가 큰데 모르는 척 하거나 아예 DNA 없어 모른다면 우리 사회 무너진다.
방송이나 언론은 해외가 들어오는 상황이 아니라 못느껴도 쇼핑 등 소비자 대상 서비스들은 그렇지 못하다. 아마존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적극 나서면 기존 체제 다 무너질 가능성 크다. 한 예로 우리나라 10년 동안 액티브X 없애자고 얘기했는데 정부가 이제야 다시 생각해보자고 한다. 외국에서 보면 참 이상한 나라다.
김익현: 인터넷 도입과 닮았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라고 하지만, 그건 보급률 얘기다. 망은 잘 깔았는데 이를 이용하는 콘텐츠가 뒤떨어진다. 인터넷 문화도 초보적인 거 외에는 못한다.
모바일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보급률만 갖고 모바일 혁명을 얘기할 순 없다. 사회 시스템, 정책 결정에 있어 모바일 사고가 결부돼 가고 있느냐 이게 감안돼야 한다. 일반인 욕구는 많은데, 시스템이 뒷받침 안돼 갭이 크다.
한상기: 스마트폰 만드는 것 말고, 우리가 쓸 수 있는 좋은 앱이 있어야 한다. 카톡은 예외적인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 내세울 게 없다. 외국에선 인수하면 보통 1조다. 2~3년 된 회사가 그렇다. 그런 작품 우린 못 만들었다.
모바일 퍼스트? 지난 개념이다. ‘모바일 센트릭(Mobile Centric)’이다. 모든 걸 모바일 중심으로 생각하는 이것을 가장 빨리 수용한 게 페이스북이다. 처음 상장할 때만 해도 가장 위협이 모바일이라고 했다. 모바일 대응 못하면 우린 망할 수 있다고 그때 말했는데, 지금은 매일 이용자의 80% 정도가 모바일 유저다. 매출 66%가 모바일에서 일어난다. 한국에선 93%가 모바일로 페북을 이용한다.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쓰지만 질적인 부분, 그런 면에서는 여전히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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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 KISDI 연구위원./ 이병화 기자photolbh@ |
사회: 올해 초중반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이노베이션’이 큰 화제였다. 디지털화에 대한 자기반성으로 읽혔는데 모바일 시대, 미디어는 어떤 변화가 바람직할까?
김익현: 미디어들의 아젠다 기능이 모바일 환경이 되면서 굉장히 약화됐다.
뉴욕타임스 핵심 보고서에도 홈페이지 방문자가 반토막 났다는 얘기가 있다. 소비자들이 홈페이지가 아닌 개별 다른 경로로 기사를 본다는 거다. 미디어 권력이 독자들에게 넘어가는 것은 모바일 환경으로 인한 것이다. 미디어라는 패키지가 다 해체돼서 개별 상품별로 소비가 되는 거다. 그러다보니 ‘미디어’ 기능 속에 사실 보도 외 중요도를 정해주는 기능이 어느 순간 무너지고 있다.
한상기: 기존 언론에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기존 언론이) 유지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40대 이하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40대 이하는 종이 신문 안본다. 이들로 세대 교체가 이뤄진다고 생각해봐라. 작금 언론들의 영향력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갖고 있는 힘이 진짜 언론으로서 저널리즘의 권력이 아닌. 기타 다른 환경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세대 교체 되면 판도 굉장히 달라질 것이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 비중이 가장 큰 게 메시징이다. 약 30% 차지한다. 다음 20%대가 SNS다. SNS 카테고리 안에서 미디어나 콘텐츠 소비가 많이 일어난다. 실제 SNS 이용시간 동안 콘텐츠나 정보의 소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원태: 모바일을 통한 정보 및 뉴스 소비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SNS다. 여전히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뉴스가 지배적이지만 모바일 유저들은 SNS를 통해 뉴스를 더 많이 접한다는 통계도 있다. SNS를 감안하지 않고 앱 만든다고 해서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카카오토픽도 앱 다운받아야 하고, 실제 카카오톡과 연동되지 않아 반응이 별로다. 여전히 SNS 강점에 대해서 모바일, 뉴스 서비스들이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이 모바일과 관련한 이용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김익현: 모바일이 뉴스에 갖고 온 가장 큰 변화는 언론사가 구성하는 패키지의 해체라고 생각한다. 언론사가 앱을 만들어서 뭔가 하고 싶다고 하는 건 다시 패키지를 가져오는 것 밖에 안된다. 독자들은 이미 다시 패키지로 가기 싫어한다.
낱개 판매가 가능해진 것이 기존 패키지 앨범 시장에 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모바일 뉴스 소비에도 이런 부분이 크다. 모든 콘텐츠를 아이튠즈처럼 만들어 개별적으로 기사를 구매할 수 있게하는 모델도 등장했다. 지인들 추천을 통해 이러한 낱개 기사가 공유된다. 갈수록 SNS를 통한 뉴스 소비가 더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상기: 절대 찬성이다. 그게 모바일이 주는 환경이다. 작은 화면, 여기서 뭔가를 보려면 쪼개야 한다. 낱개로 나눠야 한다. 가장 주목받는 뉴미디어 ‘버즈피드’는 공유되지 않는 콘텐츠는 안 만든다. 지면처럼 채워야되기 때문에 넣는 기사는 아예 없다. 온라인에서는 존재 가치조차 없기 때문이다.
32만개 웹사이트 공유 현황을 분석한 쉐어홀릭(Shareaholic) 자료에 따르면, 작년만해도 검색과 공유 차이가 컸는데, 최근 27%대로 같아졌다. 검색의 시대에서 공유의 시대로 넘어온 것이다.
공유되지 않은 콘텐츠는 존재하지 않는다. 웹사이트 자체를 공유시킬 순 없다. 잘라서 그 중 일부를 공유시켜야 한다. 신문, 방송, 드라마, 뉴스도 마찬가지다. 자르고 쪼개 리번들링, 리패키징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공유되게끔 해야 한다.
이건 전달 방식의 변화다. 언론의 디스트리뷰션(배포) 네트워크는 이제 사람이다. 더이상 배송 체계나 포털이 아니다. 포털의 세대도 지나간다. 네이버가 갖는 위기의식도 이때문이다.
이원태: 같이 느끼고 공감하는 게 가치있는 뉴스다. 그걸 끌어내는 게 모바일 시대 진정한 뉴스 강자가 되는 핵심포인트다.
김익현: 얼마전부터 아내가 다음 대신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보더라.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포털 편집보다 친구들 ‘추천’이 만족도가 더 높다는 것이다. 또 친구들 멘트가 따라와 이해나 공감하기도 좋고 전파도 더 빨라 페북 뉴스를 이용한다고 했다. 소셜 미디어의 소비는 본능 친화적인 거다. 어느 순간 그쪽으로 확 갈거다.
한상기: 언론미디어는 테크놀로지 회사가 돼야 한다. 고급 엔지니어들도 필요하고, 변화된 UI UX 전문가도 필요하다. 제일 나쁜 건 하는 척 하는 경향이다. 페이스북 하는 척 한다.
중요한 뉴스는 나한테 온다, 이게 명제다. 누군가 나한테 전달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 언론이다. 무서운 일이다.
김익현: 디지털, 모바일 시대 언론의 고민도 깊다. 현재 종이 신문 매출이 전체의 8, 90%가 될 거고. 여기서 섣불리 디지털 퍼스트를 선언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센트릭을 준비해야 한다. 세대 교체 등 전면적인 뉴스 소비 방식의 변화에 대응할 필요 때문이다. 다만 지금은 모든 게 다 막연하고. 당위와 현실 간 차이가 큰 상황이다.
이원태: 모바일을 통한 수익이 불투명하다. ‘페이퍼 달러, 온라인 페이, 모바일 다임’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모바일 수익 내기가 쉽지 않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관점에서 모바일화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들 성급하다. 잘못 가는 게 아닌가 걱정도 많다. 시간을 갖고 끊임없이 상황 변화에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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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업이나 정부, 특히 정부는 전혀 모바일화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어떻게 보나? 어떻게 해야된다고 생각하나.
한상기: 현재 미국 내 기업의 모든 생산 시스템이 온라인으로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다. 아직 이 상태로는 못가고 있다. 일단 이게 먼저 이뤄져야 한다. 국내는 자동차 등 제조업 위주다. 자동차 분야도 이제 소프트웨어로 간다. 현대차가 구글, 애플과 협상하는 게 그 사례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는 사회다. 민감하게 대응한다.
세그먼트가 어디냐에 따라 모바일화 편차가 있다. 모바일 오피스 등 업무 환경이 많이 변했다. 다만 아직 디바이스 버추얼라이즈, 모바일 디바이스 매니지먼트 등에서는 많이 부족하다. 어떻게 기기를 유용하게 할 것인가, 직원들 업무 데이터를 모아 생산성 가치를 어떻게 높일 지 등에선 아직 부족하다. 미국 기업들도 지금 들여다보는 수준이다. 확실히 모바일은 기업보다 개인에게 더 빨리 왔다.
이원태: 디지털 신경계가 그렇듯 약육강식 생존논리가 모바일 생태계에도 존재한다.
가령 사막 가운데 인공적인 오아시스가 있다고 치자. 관개수로를 정부가 대줬는데 일부만 혜택으로 보고 나머지는 허우적대는 상황이 지속되면 건강한 모바일 비즈니스 생태계를 이룰 수 없다.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지속적 투자로 대응하되 기초체력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공정한 시장 상황 조성을 위해 일정한 규제는 개인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김익현: 모바일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데이터 분석 능력이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외형적으로 모바일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거기서 벌어지는 다양한 데이터를 얼마나 업무에서 잘 활용할 수 있느냐가 핵심 일 것이다.
한상기: 정보화진흥원에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 디지털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지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세대 내 격차에 대한 해결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결국은 ‘동기’다. 인센티브 없어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배우라고 해봐야 소용 없다.
카카오톡을 예로 보자.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받으니 보내려면 써야한다. 나이든 분들도 가족 사진을 쉽게 받아보는 등 혜택이 많다. 그래서 쓴다. 결국 생활 속 인센티브를 알려주는 방법밖에 없다. 공적 정보 서비스가 얼마나 잘되고 있는지, 개인 관심 서비스는 얼마나 쉽게 찾아쓸 수 있는지 이런 걸 알려줘야지 하는 방법만 알려줘선 안된다.
김익현: 정부는 다른 거 없다. 쓸데없는 규제 말고. 기업이든 모바일 향유할 수 있도록 질서만 유지하려 하면 된다. 정부가 뭔가 하려고 하는 순간에 잘 안되는 것 같다.
모바일 환경에 맞는 제도를 만드는 것에 더해 불필요한 규제 버리고, 기업이나 기관의 모바일 기반을 만들어주면 된다. 정부 스스로 실적을 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기존 상식들, 유선인터넷 시대 상식 버리고 모바일에 맞는 마인드 변화를 빨리 가져가는 게 필요하다. 원래 갖고 있던 걸 모바일에 끼워맞추려는 생각을 버리고 새롭게 마인드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상기: 사진 얘기할 때 유선시대엔 ‘플리커’였지만, 지금은 인스타그램이다. 사용행태가 바뀐 결과다. 그러한 상황 오게끔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관심을 가져야할 건 예민한 정보들을 모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오히려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 정부가 침해 못하게 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하는데 ‘내가 대신 침해해줄게’ 하는 의아한 상황이다, 지금.
포털이나 구글 등의 독점이나 불공정 거래, 불공정한 힘의 적용 이런 것들이 나타나지 않게 정부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과 정부쪽 모바일웹이 형편 없다. 정부 산하기관들 대부분 PC버전으로 가기 일쑤다. 모바일 마인드 확산은 이러한 것부터 필요하다.
이원태: 정부나 기업이 모바일 마인드를 갖고 모바일 환경에 맞는 서비스를 공공차원에서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모바일의 여러 기능들, 가령 웨어러블과 연동돼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는데. 각각의 장점들과 기능들을 부각시켜 성격 다른 기업들과 어떻게 합종연횡이 가능할지, 또 마케팅 대응은 잘하는 지 성찰이 계속 필요하다.
정부 역할은 쓸데없는 규제보다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에 충실했으면 한다. 모바일 시대에도 독점이 나타날 수 있고 과도기인 만큼 반칙이 있어선 안된다. 정부가 감시나 규제 역할은 충실히 하되 모바일 비즈니스 생태계를 촉진시키는 역할도 해야된다. 개발자나 소프트웨어 벤처 등이 부당한 대우를 안받도록 감시도 필요하고, 실패자로 전락해서 의욕이 안생기는 일도 없도록 조절 기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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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 소장./이병화 기자photolbh@ |
사회: 우리 모바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를 위해 필요한 것은?
한상기: 요즘 관심을 두는 게 인공지능 기술의 현실화다. 모바일 기기의 제대로 된 역할은 내 현 상황을 인지해 나를 도와주는 에이전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컨택스트 어웨어(Context Aware, 문맥인식) 기술을 통해 각종 모바일 기기 및 다른 사람과 연계 등을 통해 ‘현재’를 파악하게 도와줄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손가락 대신 음성이라는 더 편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선보인 동시통역 서비스 경우, 현지어 번역을 가장 내 목소리에 부합되는 현지어로 제공해준다. 이처럼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발달, 모바일과 연동되면서 더욱 지능적인 모바일 에이전트 서비스 제공도 기대된다. 디지털 기기들은 더 작아지고, 더욱 다양한 형태로 몸에 부착될 것으로 진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 완전한 유비쿼터스 환경이 10년 내 도래하는 셈이다.
이원태: 덧붙이자면 스마트폰 이런 형태는 미래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몸과 일치되거나 몸 안으로 들어오거나 정신 마음과 동일하게 안보이는 형태로 갈 것이다.
이 경우 우리가 지금 말하는 ‘모바일 형태’는 의미를 잃는다. 기술과 인간의 융합이란 말보다는 휴먼 센트릭으로 진화해 모바일 자체가 인간 그 자체로 되는 환경, 즉 사방의 모두가 미디어가 되고, 만지는 순간 모바일 미디어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때가 되면 모바일 인문학도 유행할 것이다. 인문학적인 접근이 없으면 모바일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자기가 접속할 수 있는 매체 환경이 어디에나 있으니까 모바일 자체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모바일 시대에 모바일이 없는 게 될 수도 있다.
한상기: 처음으로 인류 사회에 인간 아닌 지능을 갖는 개체를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테슬라 CEO인 엘런 머스크가 최근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인류 생존의 가장 큰 위협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AI를 갖춘 자동차에 의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지나가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뛰어들었다면 인간은 무조건 급정거하지만, 사람을 보호하는 걸 우선시하는 무인 자동차는? 그냥 밟고 지나가라고 할까. 이런 것에 대한 원칙이 없다. 많은 SW엔지니어들이 나름대로 코딩을 한다. 그 코딩 안에 윤리와 도덕 의식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노예가 아닌, 지능을 가진 개체와 살아야하는 시대가 오고 그걸 대비해야 하는 게 문제다. 정부나 언론이 그런 걸 세우고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원태: 모바일 시대의 전면화가 소통방식의 변화를 불러왔고 가져다준 혜택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것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개인 사용자 경우 사람이 모바일에 종속될 가능성도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개인에 초첨을 맞추다보니 함께 논의해야 할 공동체적 가치가 모바일 환경에서 어떻게 만들어질까 걱정이다.
모바일 사용자 개인의 의식과 사고를 누군가는 책임있게, 질적 저하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절하고 제도를 만들어주는 정책적 개입은 필요하다고 본다.
격차 해소 등 모바일 시대 국민들이 함양해야할 교육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걸 헌법적인 규범 수준까지 끌어올려 모든 국민들이 ‘모바일 시대에는 이렇게 살아야한다’ 정도 기본권 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AI가 지배하는 환경도 말했는데 우린 전혀 준비가 안돼 있다. 이는 시민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국가나 민간 기업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준비할 수 있는 사회적 구성체를 마련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김익현: 공감한다. 결국 모바일이라는 게 사람이 쓰는 것이다. 우리 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한 도구인데, 사람을 지배하거나 하면 안되니 그런 부분에 대한 각성도 필요하다. 모바일이 뭔가, 진지한 성찰도 필요하다. 기기 보급 이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에 녹아드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모바일 문화가 출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상기: 두 가지는 꼭 말하겠다. 하나는 기술과 사회 연구소가 꼭 필요하다. 한국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외 없다. 기술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고, 어떻게 앞으로 우리가 정책 변화를 가져가야 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역시 SW의 혁신이다. 우린 기기만 보고 있다. 이건 우리가 쓰고자 하는 SW를 담는 컨테이너에 불과하다. SW혁신에 맞는 기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게 애플의 자세다. SW 인력을 홀대하는 현 상황으로는 절대 구글, 페이스북을 이길 수 없다. 우린 안보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약하다. 아직 농경사회 수준이다. 사고방식은 왕조국가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이원태: ‘기술사회연구소’는 꼭 필요한 중장기적 연구 허브인데 국가 차원에서 마련이 잘 안된다. 아쉽다. 구글의 경우 뮌헨, 독일 등에 그런 연구소를 많이 만들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는 지식생태계 마저 글로벌 기업에게 빼앗기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