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단절 현상 방치하면 큰 재앙 올 것"
가족들 사이에 가장 활발히 대화가 이뤄지게 되는 식사 시간에도 두 아들은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다. 친구들과 메신저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게 두 아들이 내세우는 이유다. 야단도 쳐보고 스마트폰을 뺏기도 했지만 사이만 더 나빠질 뿐이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밥만 먹으면 늘 이야기하는 주제는 공부 뿐”이라며 “입맛도 떨어지고… 차라리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더 좋다”고 말한다.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관계자는 10일 “지난 3월 초등학교 5·6학년 학생 1955명을 대상으로 ‘가족과의 대화 시간’을 조사했더니 52.5%가 ‘30분 이하’라고 답했다”며 “스마트폰으로 인해 대화 창구가 좁아지고 이에 대해 불만을 품으면서 가족끼리 더욱 멀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안이한 생각은 위험하다”며 “평생 동안의 행동 습관에 기초를 다지는 시기가 유년기 및 청소년기인데 가족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체득하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도 마찬가지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대화 단절 현상은 비단 가족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또래집단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장인 하모씨(32)는 “세상 돌아가는 잡다한 이야기를 메신저로 나누다보면 친구들을 만나도 정작 만나서 할 이야기가 별로 없다”며 “얼굴을 마주 보는 설렘보다 메신저가 도착했을 때 오는 기대감이 더 큰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화의 양과 폭은 넓어졌지만 질과 깊이는 얕아지는 상황이다. 가장 진솔해야 할 가족·친구 사이의 관계도 피상적으로 변하고 있다. 해결 방안은 없을까.
정동환씨(48)는 “매주 월요일마다 ‘가정의 밤’을 열고 자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의무적으로 갖는다”며 “고등학교 및 중학교에 다니는 세 자녀 모두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만 가족과의 대화에 우선적으로 사용하기로 약속하고 이를 잘 지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부모가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따라 스마트폰 사용 습관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