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정해용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9위, 월드컵 본선 12회 진출, 1998 자국 월드컵 우승에 빛나는 프랑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대의 치욕을 맛보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벌어진 A조 1차전에서 우루과이(FIFA랭킹 16위)와 0-0으로 비겼다. 이어 18일 2차전에선 멕시코(FIFA랭킹 17위)에 0-2로 완패, 이번 대회에서 아직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있는 것. 조별 순위도 3위로 처져 사실상 자력에 의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따라서 프랑스는 남아공을 큰 점수차로 이겨야 골득실을 따져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남아공과의 3차전은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프랑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재 팀 내분이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팀워크의 기복이 심한 점도 하향세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준우승을 했지만 2002 한일월드컵에서는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 전 자국에서 있었던 1998년 대회에서는 아트사커의 지휘자 지네딘 지단(38)을 앞세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또 1990·1994년 대회에서 예선탈락의 치욕을 맛보는 등 프랑스의 성적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듯하다. 또 현재는 레몽 도메네크(58) 감독의 지도력이 공공연히 도마 위에 오르며 내홍을 겪고 있다.
도메네크는 지단의 빈자리를 신예 요한 구르퀴프(24·보르도)에게 맡겼다. 중원에서의 뛰어난 패싱력, 경기조율 능력과 강력한 중거리 슈팅 등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티에리 앙리(33·바르셀로나)와 니콜라 아넬카(31·첼시), 윌리엄 갈라스(33·아스널) 등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전후방에 걸쳐 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안드레-피에르 지냑(25·툴루즈FC), 중앙 미드필더 제레미 툴라랑(27·올림피크 리옹) 등 세대교체에 안착한 선수들도 곳곳에서 포진돼 있다.
프랑스는 이처럼 우수한 선수들을 보유했음에도 이들의 기량을 끈끈하게 응집하지 못하고 모래알 전력으로 겉돌고 있다.
반면 남아공(FIFA랭킹 83위)도 월드컵 사상 개최국 최초로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나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1일 개막전에서 멕시코와 1-1로 비긴 데 이어 17일 2차전에서는 우루과이에 0-3으로 대패했다.
브라질 출신의 명장 카를로스 알베르토 파레이라(67)가 이끄는 남아공은 공격형 미드필더 스티븐 피에나르(28·에버턴)와 공격수 카틀레고 음펠라(26·마멜로디 선다운즈) 스티븐 피에나르(28·에버턴)로 기본 골격을 이룬다.
남아공은 그동안 2008 아프리카네이션스컵과 2009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출전한 것을 제외하고는 평가전만 치렀다. 이 때문에 아직 팀내 호흡이 불안정하다. 또 남아공은 지난 2007년부터 파레이라 감독을 영입하며 월드컵을 위해 뛰어왔지만 1년6개월 만에 파레이라가 아내의 병간호를 이유로 사퇴해 후임자인 조엘 산타나(62) 감독으로 대체한 바 있다.
산타나 감독은 지난 2009년 컨페더레이션스컵서 팀을 4강에 진출시키는 성과를 올렸지만, 이후 벌어졌던 아홉 차례의 A매치에서 무려 8패를 당한 끝에 2009년 10월 다시 파레이라가 지휘봉을 잡았다. 결국 남아공은 지난 3년간 선장의 잦은 변동을 겪으며 갈피를 잡지 못한 약점을 안고 이번 월드컵에 임하는 셈이다.
자국 월드컵에서 조기퇴출에 몰린 남아공과 조금이라도 치욕을 씻으려는 프랑스가 펼칠 대결의 승자가 누구일지 팬들의 궁금증은 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