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은 내용탐지죄·정보통신망법 모두 유죄…2심은 일부 무죄
대법원 "일부 무죄 맞지만 항소심 판단 근거는 잘못"
26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와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를 받아 기소된 A씨(35)의 상고심에서 일부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8월 경기도 소재 한 회사 사무실에서 직장 동료 피해자 B씨의 노트북에 해킹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한 뒤 피해자의 네이트온, 카카오톡, 구글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을 알아냈다. 이어 B씨의 계정으로 접속해 B씨와 다른 사람들 간의 대화 내용이나 메시지, 사진을 다운받는 등 총 40회에 걸쳐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A씨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공소사실은 A씨가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해 피해자의 메신저와 검색엔진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냈다는 것인데 아이디와 비밀번호 자체는 특정인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특수매체기록’이라고 볼 수 없다”며 “기술적 수단을 사용해 그 내용을 알아냈더라도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죄를 규정한 형법 316조 2항은 ‘봉함이나 기타 비밀 장치를 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으로 알아낸 자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이에 2심은 A씨가 해킹해 파악한 B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자체는 특수매체기록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일부 혐의를 무죄로 본 것이다.
대법원도 2심의 일부 혐의 무죄에 대해서는 옳다고 봤다. 하지만 그 근거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특정인의 의사가 표시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을 전자기록 등에서 제외한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면서 “아이디 등은 전자방식에 의해 피해자의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된 기록으로서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해도 (형법 316조 2항에 규정한) 봉함이나 기타 비밀장치가 돼 있지 않은 것은 기술적 수단을 동원해 내용을 알아냈더라도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A씨의 일부 혐의 무죄는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2심의 유죄 판단을 옳다고 보고 원심 형량을 그대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