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최순실 의견 들으면 좋겠다고 말해 정호성이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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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8일 열린 정 전 비서관의 2회 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 측은 “대체로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80여건의 청와대 및 정부 문건을 최씨에게 이메일 또는 인편으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중에는 일반인에게 공개돼서는 안 될 문건 47건도 포함됐다.
정 전 비서관 측은 대통령의 지시로 문건이 유출됐다는 점도 인정했다. 변호인은 “대통령이 최씨의 의견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정 전 비서관이 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의견이 오갔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도 “대통령을 잘 보좌하려고 했을 뿐”이라며 재판부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사실 대통령께서 최씨의 의견을 듣고 반영할 부분이 있으면 반영하라고 한 것은 맞다”며 “그러나 건건이 이것은 보내고 저것은 보내지 말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적시된 박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에 대한 정 전 비서관의 해명도 이어졌다.
정 전 비서관은 “일반인들 사이에서 공모라고 하면 뭔가 둘이 짜고 계획적으로 나쁜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이라며 “공모해서 그렇게 했다는 말을 들으면 상당히 가슴이 아프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같은 정 전 비서관의 입장은 앞서 지난달 29일 공판준비기일에서의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었다’는 기존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지난달 29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정 전 비서관의 또 다른 변호인인 차기환 변호사는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거나 공모한 부분에 대해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다”며 “문건이 발견된 태블릿PC도 감정해야 한다”고 검찰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이날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으로 출석한 강갑진 법무법인 중부로 변호사는 “정 전 비서관이 공모 개념에 대해 일반인 인식과 법률적 판단이 헷갈려 혼동이 좀 있었지만, 본인의 직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인정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검찰 측도 피의자 진술조서를 공개하며 “정 전 비서관은 고위직 인선 자료 및 발표 자료에 대한 최씨의 의견을 들어보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며 “박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최씨에게 받은 도움 때문에 최씨를 무한 신뢰했고, 국정 운영 전반에 최씨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전 비서관은 최씨와 하루 평균 3회가량 문자나 통화를 했던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들은 2013년 2월~2014년 12월 사이 약 2년간 1197회의 문자 교환, 895회의 통화를 하는 등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