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박 대통령 차명폰 사용”…최순실 연설문 개입 인정

김상률 "대통령 지시로 더블루K 대표 만나"
헌재, 안종범 수첩 증거채택 이의신청 기각…이재만·안봉근 증인신분 유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병화 기자 photolbh@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기소)이 1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7차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이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도 차명 폰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정 전 비서관은 ‘비선실세’ 최순실씨(61·구속기소)와 2013년 1월~2014년 12월 하루에 2∼3차례씩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또 최씨와의 연락은 자신의 차명 휴대전화로 했다고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은 “업무용 휴대전화를 이용해 박 대통령과 통화했느냐”는 질문에 “주로 업무용으로 했다. 대통령과도 차명 휴대전화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아울러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부터 최씨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대통령이 엄청 바쁜데 연설문을 고치다보면 힘들고 해서 나에게 최씨 의견을 들어서 반영하라는 말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은 그러나 최씨가 전달한 의견을 모두 연설문에 반영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가 간단하게 전화로 자기 의견을 얘기하기도 하고 조금 수정해서 보내오기도 했다”며 “잘 고쳤다 생각되는 부분은 반영하고 조금 아니다 싶은 건 킬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최씨는 대통령 연설문을 고칠 정도의 정책적 판단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로 최씨가 설립한 더블루K의 대표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로 조성민 더블루K 대표를 만나 확인한 사업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냐”는 강일원 재판관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또 더블루K 외에 다른 업체를 만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다른 회사를 만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의 업무수첩 관련 증거채택 결정에 대해 낸 이의신청을 이날 기각했다.

강 재판관은 “우리 심판에서 채택한 증거는 안 전 수석의 증언 및 진술”이라며 “안 전 수석의 수첩 원본은 헌재에 제출되지 않은 만큼 위법 수집 문제는 형사재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잠적한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에 대해선 증인 신분을 유지하고 두 사람의 소재를 계속 파악하기로 했다. 아울러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23일 8차 변론기일에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