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송지현 기자 =
꿈꿀 수 있는 나이에는 한계가 없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오래도록 꿈을 지켜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흔치 않다. 자신이 가진 꿈을 실천하고, 결국 결과를 내놓는 사람들은 더욱 드물다.
이경규는 개그맨, MC, 사업가, 영화감독, 제작자라는 다양한 타이틀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TV에선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있고, 그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 '전국노래자랑'(감독 이종필)이 최근 개봉했다. 마트에서는 이경규가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개발한 라면이 상품으로 팔려나간다.
1960년생, 현재 우리나이로 54세지만 이경규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중년의 아이돌'이라고 칭한다. 이 별명은 이경규에게는 꿈을 지켜냈다는 자부심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4060들에 대한 독려이기도 하다. 꿈을 가진 남자 이경규를 최근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저희 나이대가 딱 그렇잖아요. 아래로 치이고 위로 치이는 나이죠. 스마트폰은 갖고 있지만 정작 리모콘을 다룰 때는 당황하고 말이에요. 전쟁을 제대로 겪은 건 아니지만 경제적인 위기 때문에 나름 힘든 일을 겪은 세대에요. 그래도 그럴수록 세대차이를 느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귀찮아하지 말고, 최신 기술과 유행에도 관심을 가져야죠. 끝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뒤처지게 돼요. 이런 부분에 조금만 신경을 써도 모든 분들이 더 힘내면서 살아갈 수 있을 거에요."
'끝없이 배워라.' 이경규가 내세운 삶의 철학은 바로 '배움'이다. 그는 과거 학창시절부터 영화에 관심을 가졌고, 감독이 되는 꿈을 꿨다. 하지만 지금의 영화판에서는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단다. 영화판도 디지털화됐기 때문에 그에게는 또 배울 것이 생겼다.
"또 공부해야죠. 어떻게 보면 더 좋아진 것도 같아요. 예전엔 필름이 곧 돈이기 때문에 한 장면 한 장면을 찍는게 아깝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사방에서 몇 번씩 찍을 수 있어요. 지금 하나씩 배워나가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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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준원 기자wizard333@ |
개그맨과 MC로 이경규가 다져놓은 입지는 실로 단단하다. 그래서 그가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인들은 만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굽히지 않았다.
"방송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직업은 제가 선택하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영화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매일같이 발품을 팔고, 감독과 상의하고... 이런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이번 영화에서는 제 돈도 조금 투자를 했어요. 사실 좋아하지 않았으면 영화를 할 수 없었겠죠. 하면 할수록 위험부담이 크다는 걸 느껴요. 하지만 돈은 번 만큼 또 써야죠. 영화 만들기를 잘 했다고 생각해요."
그가 이번에 제작한 영화 '전국노래자랑'은 KBS에서 30년간 방송된 예능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경규는 작위적인 설정을 최대한 배제했다고 말했다. 그것이 그의 웃음 철학이기도 하다.
"웃음이라는 건 어른이나 아이나 받아들이는 게 똑같아요. 억지 설정보다는 생활 속에서 주고받는 공감에 중점을 뒀어요. 웃음을 강요하지 않는 거죠. 웃기면 웃고, 안 웃으면 말고. 자연스러운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계속 만들 생각이 있냐'고 묻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오히려 지금보다 좀 더 속도를 높여서 영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복면달호' 이후 6년만에 나온 영화에요. 이 기간을 확 줄여서 2년, 3년에 한 번씩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에요. 감독 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영화와 그 영화가 제작되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요. 시간 제한이 있지만 저는 앞으로 일곱 개 정도는 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이경규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사람들의 뇌리에 한 영화가 떠오를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최종 목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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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준원 기자wizard3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