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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로 한국 최초의 시니어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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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기자

승인 : 2013. 04. 18. 17:10

[희망 100세] 도슨트로 다시 태어난 원로 작가들
시니어 도슨트 송 영 작가(좌)와 윤민자 작가(우).


아시아투데이 김수경 기자 = "환갑이 넘으니 작업도 힘들어지고 괜한 눈치가 보여 '이젠 일을 그만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 100세 시대 열풍이 부니 '다시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만난게 바로 도슨트(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였죠." 

30년 넘게 한국화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 온 윤민자 작가(67)와 전통 공예를 해 온 송영 작가(62)는 최근 아트선재의 도슨트로 변신해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두 시니어 모두 평생 미술을 해왔지만 '도슨트'는 화가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신세계였다면서 새로운 도전으로 즐거운 삶을 살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윤 작가는 "한국화를 주로 해오다 보니 서양미술사나 현대미술사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도슨트가 뭐하는 직업인지도 정확히 몰랐죠.(웃음) 도슨트 양성 교육을 받으면서 미술사는 물론이고 도슨트의 행동 양식이나 예의도 배우고 정말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우리가 아마 한국 최초의 시니어 도슨트 일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도슨트 교육 중 테스트를 치르기도 했다면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짝 풀어놨다. "학창시절 이후 처음으로 '쪽지 시험'을 2번이나 봤어요. 어찌나 떨리고 긴장되던지, 얼마만에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지 모르겠어요. 이건 비밀이지만 살짝 컨닝도 했고요. 하하"

아트선재에서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는 윤민자 작가(좌)와 송영 작가(우).


송 작가는 "우리 같은 시니어들이 젊은 사람에게 모범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에서 쓸모 없고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일주일에 3번씩 있는 도슨트 교육에 더 열성적으로 참여했죠"라면서 "젊은 관객들에게 뭘 가르치려는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배우는 마음가짐으로 도슨트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송 작가의 말에 윤 작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슨트 교육에 참여한 시니어들 모두 거의 지각이나 결석 없이 열성적으로 참여했어요. 그리고 교육뿐만 아니라 교육생들과 함께 차도 마시고 회식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인간 관계도 넓히고 식견도 넓혔죠"라면서 "예전에 한 번 교육생들이 모여서 도슨트 원고를 작성해 프레젠테이션을 했었는데 모두들 자신감 넘치고 열성적이어서 그때 큰 감명을 받았어요. 아, 나이는 들었지만 열정은 젊은 사람들에게 뒤지지 않는구나 하고요"라고 전했다. 

두 작가는 첫 도슨트 활동을 시작한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윤 작가는 "첫 도슨트 활동 때 일본의 유명한 도자기 작가 전시를 맡게 됐는데 한 여성 관람객이 '그냥 보고 지나쳤으면 작품에 대해 잘 이해 못했을 텐데 쉽고 재밌게 이야기를 해주셔서 잘 들었어요. 꼭 우리 엄마가 설명해 주는 것 같아서 좋네요'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얼마나 뿌듯하던지 그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송 작가는 "제 딸이 저의 도슨트 활동을 보러 온 적이 있어요. 제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열심히 하는 걸 보고는 '엄마가 도슨트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하더군요. 가족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모두 응원해 주고요"라면서 도슨트 활동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 최초의 시니어 도슨트 윤민자 작가(좌)와 송영 작가(우).


마지막으로 두 작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우리나라에서 도슨트로 활동하는 사람은 젊은 사람이 대부분이고 그나마도 티켓만 받는 역할에 그치고 있어 아쉬웠어요. 앞으로 전문 도슨트 교육을 받은 시니어들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연계해주는 시니어 도슨트 양성 교육 센터를 창업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시니어들은 봉사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고 도슨트가 필요한 단체에는 전문 인력을 제공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닐까요?"(송) 


"새롭게 알게 된 도슨트라는 직업은 정말 매력적이에요. 제가 평생을 몸 담아 온 미술계에서 봉사도 할 수 있어 뿌듯하고요. 앞으로 더욱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 도슨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어요. 아 참, 그리고 집 앞에 목련 꽃이 흐드러지게 펴 있기에 얼른 스케치해 뒀어요. 꽃이 다 지기 전에 목련꽃 그림을 완성해야겠네요."(윤)


미술 작가에서 도슨트로 변신해 화려한 인생 2막을 펼치고 있는 윤 작가와 송 작가는 또 한 번 추운 겨울을 버티고 고운 싹을 틔워낸 꽃봉오리처럼 활짝 만개할 봄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작가는 서울시노인취업훈련센터 내 내일행복학교의 도슨트 양성 과정에 참여해 3개월 간의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그 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시니어 인턴십을 통해 아트선재 도슨트에 채용됐으며 앞으로 꾸준히 도슨트 활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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