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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송파 실벗뜨락 4층 실습실에서 교육생들이 목공 과정을 배우고 있다. |
아시아투데이 이정필 기자 = ‘실벗뜨락’
처음 듣는 생소한 이 단어는 노인을 지칭하는 ‘실버’와 ‘벗’에 ‘뜨락’을 얹힌 합성어다.
노년층이 친구와 함께 아름다운 노후를 즐기는 시니어복합문화센터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얼핏 보기에 노인들을 위한 복지공간쯤으로 여겨지지만 이곳은 사실 중장년층의 재취업 발전소를 목표로 삼고 있었다.
2일 서울 송파구 송파동에 자리한 실벗뜨락을 찾았다.
송파여성문화회관 건물 4~6층에 둥지를 튼 실벗뜨락은 복합문화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지난달 19일 개원했다.
각 층은 1600㎡(484평) 규모로 5층은 개인병원 수준의 의료설비를 갖추고 치매노인이나 중풍환자들을 하루 종일 돌봐주는 데이케어센터와 55세 이상부터 이용할 수 있는 전용 헬스장, GX룸(Group Exercise Room) 등 건강을 위한 장소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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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벗뜨락 5층 GX룸에서 수강생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
6층에는 휴식자리와 세대통합형 복합문화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하얀 피아노가 놓인 북카페와 회화 작품이 전시된 벽면, 고급스러운 미용실과 피부 관리실, 노인용품 판매점 등이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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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벗뜨락 6층 북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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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벗뜨락 6층 아트갤러리 |
일반적인 복지시설과 달리 이곳의 헬스장 이용료는 월 5만 원, 커피는 3000원 선 등으로 시중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것만 보면 강남구·서초구와 함께 서울의 ‘강남 3구’로 꼽히는 송파구의 여유 있는 노년층을 겨냥한 문화공간이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벗뜨락의 핵심 역할은 사무실이 위치한 4층에 있었다.
4층은 인생이모작지원센터와 시니어클럽 등 은퇴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 창출과 재취업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됐다.
실벗뜨락 이용보 관장은 “송파구가 주도해 여성문화회관으로 쓰이던 4~6층을 리모델링하고 우리가 운영 수탁을 받았다”며 “실벗뜨락의 목표는 중장년층 은퇴자를 교육하고 재취업시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내나 외부 벽면을 담쟁이 넝쿨 같은 천연식물로 꾸며 자연친화적인 녹색공간으로 조성하는 ‘그린월’ △형광등 교체와 가전제품 수리부터 도배와 페인트 작업 등 집안의 각종 보수설비와 인테리어를 책임지는 ‘핸디맨’ △가사도우미가 파견 나와 어린자녀를 돌보고 요리와 청소 등 집안일을 담당하는 ‘엄마손’ △무임승차가 가능한 노년층이 지하철을 이용해 3kg 이하의 소형물품을 저렴한 비용으로 전달하는 ‘희나리 퀵’ △지역 내 유휴지와 텃밭, 건물 옥상 등에 식용이나 관상용 등 다양한 특화작물을 재배하는 ‘솔이 농장’ 등은 실벗뜨락의 대표적인 사업아이템이다.
특히 이 관장은 그린월이 흙 대신 코르크 소재를 이용해 식물을 심기 때문에 무게와 벌레 문제를 혁신적으로 줄였고 온습도 조절과 공기 정화 등의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주민들의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남편을 빌려준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핸디맨은 성폭행과 강력범죄가 만연한 사회에서 믿고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사람이 찾아와 집안을 보수해주고 가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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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벗뜨락 4층에는 수강생들이 직접 꾸민 솔이 농장이 배치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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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핸디맨이 실벗뜨락 벽면에 설치된 그린월을 손질하고 있다. |
이밖에 실벗뜨락은 4층 내 실습장을 마련해 바리스타, 패션리폼, 목공, 천연비누 공방 등의 교육과정을 진행하면서 학습자의 재취업과 창업을 돕는다.
이 관장은 “재료비를 제외한 수업료는 10만~30만 원 선이고 전문 강사가 소수정예로 가르치는 시스템”이라며 “교양수준이 아닌 관련 자격증을 따고 실제 직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게 하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벗뜨락이 좋은 선례를 남겨 앞으로 재취업 문화 형성의 견인차가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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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 과정 교육생들이 나무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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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텐 공방 교육에서 악세서리 만들기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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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과정 수강생들이 아메리카노를 뽑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