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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조기퇴직 정책은 오답…세대통합적 일자리 창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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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3. 04. 14. 13:37

[희망100세] 지은정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
지은정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

최근 고용없는 성장이 목도되는 가운데 높은 실업률과 낮은 고용률로 압축되는 청년층 고용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고령자의 일자리 부족과 불안정한 노동 지위도 우리사회의 현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고령자의 일자리 창출과 정년 연장이 논의되고 있지만 청년층의 고실업과 맞물려 세대 간 일자리 경합 혹은 세대 간 일자리 전쟁으로 비화됐다. 그 결과 중고령층 고용 정책도, 청년층 고용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 진단이 이뤄지고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도 실증분석 결과는 세대 간 일자리 대체설을 지지하지 않았는데 이 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져 1970~1980년대 조기퇴직유인 정책을 실시했다. 중고령층 노동을 감축해서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베이비 연금수급자(baby pensioner)를 대량 양산함으로써 사회보장비가 급증해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 마저 위협받게 됐다.

이는 다시 총 노동비용 상승과 사회보장기여금 증가, 순임금 감소, 사회적 비용 증가와 낮은 고용률로 이어져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었다.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은 아킬레스건일 뿐이며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비효과적이고 사회복지재정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에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더 이상 조기퇴직이 적절한 대안이 아님을 인정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꿨다. 유럽연합(EU)도 ‘European 2020’ 전략을 통해 고령 근로자(55~64세)뿐 아니라 청년층, 저숙련자, 이민자 등을 포함해 고용률을 75%까지 높이려는 계획을 갖고 연령통합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가 과거 선진국처럼 세대 간 일자리 논쟁의 반열에 들어선 듯하다. 한번 시행된 정책은 되돌리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문제 진단이 잘못되면 올바른 대책을 수립하기 어렵고 청년층 고용도, 중고령층 고용 위기도 해결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청년층 고용과 중고령층 고용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세대 간 일자리 대체설을 다양한 각도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OECD 15개국(1990~2010년)의 청년과 중고령자 고용이 대체관계인지 분석해 정책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연구 분석결과 첫째, 중고령자와 청년층의 고용률은 각각 평균 46.9%, 48.4%에 불과해 2명 가운데 1명도 고용상태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위기는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층과 중고령층 모두의 문제임을 말해준다. 

둘째, 변인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패널분석) 중고령층 고용률이 높을수록 청년층 고용률이 높게 나타났다. 대체관계가 아님을 말해준다. 중고령자들이 조기퇴직으로 일자리에서 물러나도 청년층 고용이 해결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청년층 고용과 중고령층 고용을 상충관계로 접근하기 보다는 세대통합적 일자리를 창출해 조기퇴직도 늦추고 청년실업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적합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세대 간 일자리 대체설이 주목받고 있지만 어떤 국가도 조기퇴직 유인정책을 통해 청년층 고용을 증가시키지 못하고 정책을 선회했음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외국에서 실시한 정책의 효과가 미미한 것을 알면서도 같은 전철을 밟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또 일반적 시각과는 달리 정년연장이 청년 구직난 등 실업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청년층과 정년연장 대상 간에 대체성이 매우 높은 경우라고 해도 정년연장으로 인한 생애소득 증가는 전 연령층의 임금이 하향 조정될 수 있는 여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정년연장이 오히려 총 노동수요의 확대와 실업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중고령자의 고용이 증가할수록 청년층 고용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양자택일의 문제로 접근하기 보다는 연령통합적 노동복지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청년층 고용률이 낮은 이유는 중고령층이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노동생산성 향상과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가 청년층 고용으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동생산성과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 증가가 청년층 고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고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창출로 청년층 고용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저임금 일자리가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정적으로 나타난 것은 청년 실업난이 가중되면서 눈높이를 낮춰 괜찮은 일자리에 대한 기대를 접고 저임금 일자리에 취업하는 청년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상 취업난의 악화는 청년들이 취업한 일자리의 질을 악화시킬 우려가 높은데 현실화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청년층 고용 문제를 양적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괜찮은 일자리 즉, 질적 수준의 향상을 함께 도모하는 것이 적합하다.

노동은 특정 연령계층만의 특권도, 혜택도 아니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근로연령기 내내 안정되고 괜찮은 일자리를 보장받아야 하고, 또 누릴 권리가 있다. 따라서 모든 사회구성원의 노동기회와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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