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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킹’ 이동국, 아쉬움으로 끝난 월드컵 12년 한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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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현 기자

승인 : 2010. 06. 27. 02:39

황보현 기자] 얼마나 기다렸던 월드컵이였던가? 라이언킹 이동국이 12년만에 그토록 원하던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지난 B조 2차 예선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4-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패전투수격으로 교체 투입된후 뛴 시간은 고작 7분여. 이 짧은 시간동안 이동국이 보여줄수 있었던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26일(한국시간)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이동국은 후반 16분 김재성과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밟았다.

전반을 0-1로 끌려가던 한국은 이동국의 투입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동국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경기에서 모든것을 뿜어냈다.

한국팀의 원톱 공격수로 우루과이 수비수에 맞닥뜨리며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동료에게 골찬스를 내주는 모습을 보여줬고 적극적인 몸싸움을 통해 공간을 만들며 슈팅 찬스를 만들어냈다.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으로 돌아가보자. 6월20일 마르세유 벨로드롬에서 열린 E조 조별예선 2차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무려 5골을 먹으며 모두가 경기를 포기했을때 19살의 젊은 이동국은 그라운드를 밟자마자 25미터 중거리 슛을 날리며 결코 주눅들지 않는 모습으로 당당하게 맞섰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 직전에는 K리그 경기도중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부상으로 월드컵 꿈을 접어야했다.

해외진출 실패와 부상으로 슬럼프에서 한동안 고전했던 이동국은 K-리그로 돌아와 철지부심의 심정으로 재기에 성공했고 2009년 K-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허정무호의 부름을 받은 이동국은 온갖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독기를 품고 축구화 끈을 바짝 조여맸다. 의욕이 과했던것일까?

월드컵 개막직전 에콰도르와 가진 평가전에서 허벅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하는가 싶더니 피나는 재활으로 남아공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때 풋풋했던 이동국은 이제 두 아이의 아버지, 한가족의 가장으로 그리고 어느덧 대표팀의 고참으로 성장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이동국의 표정은 결의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비록 주전 공격수는 아니였지만 때에 따라선 후배들을 독려하고 언제든지 그라운드에 나설수 있는 몸상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12년만에 다시 밟은 월드컵 무대에서 선발은 아니였지만 이동국은 교체 멤버로 우루과이전에 공격의 활로를 만들어냈다. 이동국이 투입된 후 한국은 공격의 물꼬를 트며 시종일관 우루과이의 골문을 위협했다.  

특히 후반 41분 박지성의 패스를 침착히 받아 우루과이 골대로 날린 첫 유효 슈팅은 골키퍼인 무슬레라의 옆구리 사이로 흐르며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듯 싶었지만 빗물에 젖은 잔디의 마찰력 때문에 골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동국은 좌절하지 않았고 남은 시간동안 또 한번의 찬스를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히며 공간을 창출해냈다.

그러나 경기는 패했고 한국은 8강행이 좌절됐다. 12년만에 다시 밟은 월드컵에서 그가 뛴 시간은 40여분..이동국의 월드컵도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그가 얻은 것은 지난 세월 자신이 겪었던 좌절과 실패가 아닌 투혼과 희망이였다.
황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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