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자금 세탁 조직 수사 강화…"기업 책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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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으로 시작하는 해외 인터넷전화 번호를 국내 010 번호로 변경해 사기 치는, 첨단 기술이 접목된 신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변작기)를 이용해 번호를 조작해 실제 가족의 번호와 똑같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와 오인하게 만드는 등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해외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변경해 보이스피싱을 도모하는 변작기 범죄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까지 발생한 피싱 범죄 건수는 1만8676건, 피해액은 7257억원에 달했다. 피해액은 2023년(4472억원) 대비 62.2%나 증가했다.
변작기 범죄는 해외 인터넷 전화가 실제 가족의 휴대전화 번호와 똑같은 번호로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예측할 수 없어 피해를 키우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제주에서 중국 국적의 보이스피싱 인출책을 붙잡을 당시, 인출책이 머물던 숙박업소에서 발신번호를 조작하는 기기를 설치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 기기는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인터넷 전화나 국제전화를 '010'으로 시작하는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것으로, 대당 전화번호 32개를 동시에 바꿀 수 있었다.
같은 해 4월엔 한 남성이 변작기를 이용해 070이나 1588 같은 번호를 010-****-****으로 조작해 5만여 차례의 피싱 범죄를 도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휴대전화 화면에 실제 가족의 전화번호가 뜨도록 기기를 조작해 돈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2022년 당시 피해자가 가족의 전화번호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받으면 범인은 "납치했으니 송금하라" "알몸 사진을 보내라"는 등의 협박을 하기도 했다. 이런 수법은 휴대전화 번호 뒷부분 몇 개 자리가 일치하면 사실상 전혀 다른 번호지만 평소 저장해 놓은 대상자라고 화면에 나타나는 점을 악용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는 매년 전화·문자발송사업자를 대상으로 전화번호 거짓표시 금지 관련 법령 위반사항을 점검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설명회를 여는 등의 예방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찰도 범행수단 고도화에 따라 '피싱범죄 종합근절대책 2.0'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종 사기 수법 등이 고도화된 만큼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늦게 인지하면서, 범죄 조직이 자금 세탁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고 있다"며 "자금세탁조직을 중심으로 한 병합수사도 활성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