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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통로된 ‘채팅 앱’… 미성년자까지 사기·성매매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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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5. 02. 09. 15:05

랜덤채팅에서 시작해 성범죄·폭행까지 이어져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들, 법적 안전장치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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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채팅 어플리케이션(앱)이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사기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성인이 미성년자인 척 접근하는 식의 성매매 유도 등 불법 행위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음에도 일부 채팅 앱 운영사들의 관리 감독은 허술하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아무런 장벽 없이 범죄에 접근이 가능한 환경적 요인 때문에 미성년자들도 쉽게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어, 이용자들의 안전의식을 고취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채팅 앱에서 10대 여성 행세를 하며 구걸해 이용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전 육군 하사 A씨(23)가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다수의 채팅 앱에 허위 사진을 올린 뒤 인천에 사는 18세 여성이라고 소개하고 2021년 4월 14일부터 2023년 11월 24일까지 불특정 다수의 남성으로부터 모두 282회에 걸쳐 4600여만 원을 입금받은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채팅으로 만난 피해자들에게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세 들어 사는 집주인에게 성폭행당했다" "성범죄 피해를 봐서 당장 일을 쉬고 있다" "고아라서 남동생과 어렵게 살고 있다" 등의 거짓말로 피해자들의 동정심을 산 뒤, 친누나와 본인의 은행 계좌로 현금 이체를 요구했다.

지난달 7일엔 경기도 파주에서 10대 초반의 여성을 앞세워 채팅 앱으로 피해 20대 남성 B씨와 대화하며 조건만남 사기를 벌인 10대 남성 2명이 특수강도상해 등 혐의로 붙잡혔다. 이들 10대들은 20대 남성 B씨를 오피스텔로 유인해 방으로 순간 덮쳐, 흉기로 B씨의 옆구리를 찌르고, 휴대전화를 빼앗아 자신들에게 돈을 송금하도록 협박했다. 그러나 이들이 이체받은 돈은 3만원 뿐이었다.

채팅 앱은 전화번호나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도 불특정 다수와 대화할 수 있다는 익명성을 방패 삼아 범죄에 악용되는 빈도가 늘고 있다. 특히 오픈채팅 앱은 별다른 본인 인증 없이 가입할 수 있으며, 연령 제한도 허술해 미성년자들이 성인 전용 방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랜덤 채팅앱 음란·성매매 정보 시정 요구는 1만7377건으로 5년 전(2019년 3297건)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일부 앱에서는 음란물 공유, 성매매 유도 등의 불법 행위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음에도 운영사들의 관리 감독이 미비하다. 익명채팅 앱을 없애거나 운영자를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실명인증 또는 성인인증을 도입하면 외국 서버를 기반으로 하는 채팅앱에 비해 수익 측면에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업계 관계자의 전언도 있어 익명 채팅 앱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10~20대 청소년·청년층은 사회적 경험이 부족해 쉽게 신뢰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며 "온라인 대화는 어디까지나 온라인에서 끝내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오프라인 만남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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