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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당했다”…솜방망이 처벌에 학교 몰카 범죄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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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5. 02. 07. 14:13

미성년자 범죄자, 낮은 처벌로 사회적 경각심 부족
불법 촬영, 청소년들 사이에서 '장난'으로 여겨져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불법 촬영(몰카)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스마트폰, 초소형 카메라 등 디지털 기기 발달과 함께 SNS, 메신저 앱 등을 통한 촬영물 공유가 쉬워져서다. 피해는 동급생뿐 아니라 이들을 지도하는 교사에게까지 확대돼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재학생 2명이 교직원 화장실에 불법 촬영 장치를 설치하고 촬영물을 공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해 7월에도 전주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교내 여자 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휴대전화로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조사 받았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몰카 범죄는 빠르게 늘고 있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초·중·고교 내 불법 촬영 범죄 건수는 2020년 81건에서 2023년 249건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지난해 경우 8월까지 이미 196건이 발생해 일주일 평균 5.6건꼴로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도 학생과 교사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제주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3학년 남학생이 교내 여자 화장실 등 10여 곳에 휴대전화를 설치해 몰카 범죄을 저질렀다. 피해자는 무려 50여 명에 달했으며, 범행 대상은 교사와 친구를 가리지 않았다. 이 학생은 퇴학 조치됐으며, 지난달 열린 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처럼 학교 내 몰카 범죄가 심각한 이유는 대부분의 가해자가 미성년자로, 소년법 등에 의거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다. 특히 몰카 범죄가 적발돼도 경고나 보호관찰, 짧은 기간의 소년원 송치 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범죄 예방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청소년 가해자들이 불법 촬영을 단순한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도 범죄 증가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범죄 인식이 부족해 쉽게 범행에 이르며, 피해자에게 끼치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과 법적 결과에 대한 이해도 낮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 초소형 카메라 등 디지털 기기 보급으로 불법 촬영이 용이해진 점도 범죄를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대부분 크기가 작고 은폐가 쉬워 학교 화장실이나 탈의실 등에 설치하는 게 어렵지 않다.

SNS, 메신저 앱 등을 통한 촬영물의 공유가 순식간에 이뤄질 수 있어 피해가 확산되는 속도도 배우 빠르다. 이로 인해 피해자에게 더 큰 2차 피해를 유발하고, 회복이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불법 촬영을 단순한 장난이나 호기심으로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심각한 범죄라는 점을 상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범죄를 저지르기 쉬워지고, 사회나 학교 내에서 그런 범죄가 마치 일종의 문화처럼 여겨지며 아이들 사이에서 장난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범죄가 발생해도 처벌받을 확률이 적고 불이익도 적게 느껴져서 범행을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규범 의식을 공유하고, 학생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며 "대부분 경고 수준이나 낮은 형량에 그쳐 범죄 억제력이 부족해 학교 차원에서의 제재와 예방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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