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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지도층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주목한 지 오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인도 중서부 구자라트(Gujarat)주 총리 시절부터 한국을 인도 경제발전의 모델 가운데 하나로 깊이 관찰해 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인도 정치인·경제인·학자 등을 만나면 ‘인도와 비슷했던 처지의 한국의 발전 비결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강울리 편집위원의 칼럼을 이에 대한 답변 성격을 띤다. 다음은 칼럼의 요약이다.
반세기 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인도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8배다. 북한의 47배이고, 스페인보다 높고, 일본을 따라잡고 있다. 미국 공식문서는 독립 후 인도는 비상하기 직전이라고 했고, 한국은 경제가 마비한 무기력한 국가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은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이는 2차 대전 후 일어선 독일·일본에 비견된다. 하지만 한국은 이들 국가와 달리 이전에는 산업 발전 경험이 없었던 가난한 농업국이었고, 식민지 지배로부터 벗어난 중세왕국이었다는 점에서 인도와 닮았다.
이후 한국은 구미와 일본 기업과 경쟁하면서 농업-경공업-중공업-고부가가치 산업과 최첨단 연구개발(R&D)로 이어지는 전환기를 원활하게 이어왔다. ‘디지털 인디아’는 한국에 이미 실현돼 있다. 경기도 수원시의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스마트 홈과 사물인터넷의 미래 가능성을 목격했다.
‘한국은 어떻게 이렇게 멀리 왔고, 인도는 왜 길을 잃었나’라는 질문에 “한국은 인도와 달리 작은 국가”라고 답하곤 한다. 하지만 중국 지도층이 1970년대말 베이징(北京) 중난하이(中南海)에서 한국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논의를 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이 답변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은 지금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받고 있고, 징병제 국가다. 이 같은 위험에서 오는 절박감이 급속한 근대화의 원동력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인도는 독립 후 자립과 수입대체 경제철학을 시행한 반면 한국은 수출주도 경제를 실시했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했다.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은 세계 4위이고, 인도는 130위다.
한강의 기적의 또 하나의 원동력은 교육이다. 한국은 일찍부터 의무교육을 실시했다. 인도의 식자율은 71.2%에 머물고 있다.
한국 재벌의 역할은 ‘중소기업과 주주경영이 대기업·가족경영보다 경제발전에 유리하다’는 가설을 뒤집는다. 전문 대가족 경영이 장기적이고 미래비전에 투자하는 R&D와 자원개발을 더 잘 진행할 수 있다. 재벌 문화는 창조적인 재능을 질식시킬 수 있는데 서울은 다르다. 기술 혁신과 스타트업 문화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재능을 가진 많은 청년들이 대기업을 그만두고 독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창조 랩’ 프로젝트를 통해 직원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스타트 업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벵갈루루(Bengaluru)가 아시아의 실리콘벨리를 꿈꾼다면 이 게임을 더 오래, 더 열심히 진행해 온 서울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