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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된 배로 실습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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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기자

승인 : 2014. 04. 30. 00:12

해사고 학생 위태위태, 정부는 관심 밖
해양대서 쓰던 고물...어이없는 대물림
정부의 무관심으로 미래 한국 해운의 주역이 될 해사고 학생들이 위험 속에 방치돼 있다. 부산 해사고 학생들 160명이 선령이 40년 된 실습선을 타고 있고, 인천 해사고 학생들 127명도 26년 된 실습선을 타고 있다.

보통 선박은 선령 20~25년을 한계로 보고 있다. 교육부가 관할하는 대학들은 이 기준에 따라 실습선을 교체하고 있지만, 해사고 실습선은 이제까지 정부의 관심 밖에 있었다. 올해 들어서야 40년 된 실습선을 대체할 예산이 배정됐지만 빨라야 2017년이나 2018년 이후에야 대체선박의 건조가 끝날 전망이다. 다른 노후 실습선 교체는 예정에도 없다.

학생들의 안전은 오로지 실습선의 철저한 안전점검에 달려 있는 실정이다. 실습선의 운항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이하 연수원) 관계자는 “실습선 교체가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부산해사고 2학년 전체 학생과 인천해사고 2학년 전체 학생은 마이스터고 제도에 따라 1학기에 실습을 받아야 한다. 학생들은 연수원에서 운영 중인 실습선을 타고 실습을 한다. 학교에서 자체 운영하는 실습선이 없기 때문이다.
연수원은 해양기술사를 양성하는 1년 6개월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보유 중인 실습선은 한반도호(3500톤급)·한우리호(4000톤급)·제2갈매기호(350톤급) 3척으로 이 중 한반도호(부산해사고)와 한우리호(인천해사고)를 해사고 학생들의 실습에 활용하고 있다.

한반도호와 한우리호는 모두 한국해양대에서 사용하다 연수원에 넘겨 준 배들이다. 운영은 연수원이 하지만 여전히 한국해양대 소유다. 선령이 다 돼 새로이 교체하면서 넘긴 배들이기 때문에 모두 노후선박들이다. 한우리호 선령은 26년, 한반도호는 40년이다.

일반선박과 달리 실습선은 선령에 대한 제한규정조차 없어 말 그대로 정하기 나름이다. 실습선은 안전을 위해 매년 대대적으로 수리를 한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궁여지책. 선박을 교체하는 것이 상식적인 해결책이다.

연수원 측도 교체를 위해 노력했지만 예산이라는 벽에 막혀왔다. 2012년 몇몇 국회의원의 지적이 있고서야 올해 간신히 한반도호를 대체할 연습선 건조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내년부터 건조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빨라야 2017년이나 2018년 이후 건조가 끝날 전망이다. 한반도호의 선령은 2018년이면 44년이 된다. 사람으로 치면 정년 60세의 2배인 120살이 될 때까지 운항을 한다는 의미다.

한우리호는 아직 교체를 위한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당장 예산확보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한반도호의 전례를 감안하면 2020년에야 새로운 실습선 건조가 마무리될 수 있다. 2020년이면 한우리호의 선령은 32년이 된다.

해사고 실습선 교체 지연은 단순히 예산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실습선을 운용하는 대학들은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교체주기에 맞추어 실습선을 교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대가 2척, 목포해양대도 2척, 부경대는 1척의 실습선을 자체 운용하고 있다.

연수원은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이다. 한국해양대 소유의 실습선을 운영하면서 해사고의 교육을 돕고 있지만 실습선의 교체는 해수부 소관이다. 매번 실습선 교체 노력이 좌절되면서 연수원 내에서는 ‘교육부처럼 크고 힘 있는 부처 소속이 아니어서’라는 자조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간신히 관련 예산을 타내더라도 일괄예산이 아니어서 이자부담에 허덕인다. 한우리호의 경우 일본의 카페리를 사와 개조한 선박이다. 개조비용을 10년 동안 상환하면서 상당한 이자를 내고 있다.

한반도호 교체선박 건조비용도 충분히 받지 못했다. 건조비용 약 430억원은 대학 실습선 건조비용 550~600억원에 한참 못 미친다. 비용이 준만큼 선박내 설비도 새로 건조된 대학 실습선에 비교가 안 된다. 대학 실습선에는 국제회의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마이스터고 제도를 도입해 모든 학생이 실습선을 타도록 강제한 곳은 이명박 정부시절의 교육부다. 2년 전까지는 ‘2+1제도’에 따라 3학년 중 원하는 학생만이 실습선을 탔다.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남아 입시공부를 했다.

해사고의 취지를 살리고 졸업후 일할 분야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 2학년 전체 학생이 실습을 거치도록 했지만 필요한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올해 중국까지 다녀오는 실습을 계획하기도 했지만 경비 문제로 취소됐다. 해사고가 온전히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연안의 단거리 항로만을 오가고 있다.

연수원 관계자는 29일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해운강국, 조선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해사고 학생들이 40년이나 된 실습선을 타야하는 현실이 너무나 부끄럽다”며 “그런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호를 교체하게 돼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한우리호도 교체가 시급하다”며 “실습선 선령이 30년, 최대한 35년은 넘어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우리호의 교체는 물론 한반도호도 대체선박의 건조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 시급한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송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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