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19일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8일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키로 한 것에 대해 성난 민심은 촛불시위 및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온라인 탄핵서명 100만명 돌파 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특히 현정부가 국민검역주권을 내주면서까지 이번 협상을 졸속적으로 추진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5일 지난달 23일 농림부 관계자들과의 면담에 대해 언급했다. 손 대표는 “협상 책임자인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이 ‘협상을 더 하고 싶었고 더 할게 있었는데 4월18일 날짜를 맞추지 않을 수 없었다. 더 해야 하는 협상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어 “(정부는) 19일에 정상회담이 있으니 선물을 주기 위해 18일까지 (협상타결 일정을)맞춰라는 식의 태도였다”며 “미국측 요구 다 들어주고 협상 하지 말라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이용”이라고 현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문제는 정부가 왜 이렇게 졸속 협상을 추진했느냐다. 이에 야권은 일제히 “우리 국민의 생명권과 검역권을 한미FTA 하위수단으로 전락시켜서 포기해 버린 굴욕적이고 일방적 협상”이라고 맹성토하고 있다. 이번 협상이 FTA 연내 비준에 대한 미국측 동의를 얻기 위한 ‘조공외교’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FTA 비준과 쇠고기 협상은 별개의 사인임에도 이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쇠고기 협상을 졸속 타결함으로써 국익에 배치됐다는 게 야권의 대체적 입장이다. 실제 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제2차 기술협의를 지난달 11일부터 연 것은 명백히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진 일정이라는 것.
민주노동당 정책위 관계자는 “일본은 20개월 이하, 대만.중국 등은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쇠고기 수입 등 나름의 수입조건을 고수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은 지난 18일 1단계로 30개월 미만 소의 뼈 포함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고, 2단계로 미국의 사료금지조치 강화시 30개월 이상 소의 쇠고기도 수입을 허용하는 등 졸속 협상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는 미국 민주당을 중심으로 FTA체결에 대해 반대하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한 선물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야당이 조공협상이라고 하는데, 이 같은 선정적 단어를 여과없이 사용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불안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쇠고기 협상내용을 보면, 한국의 협상내용은 미국과 쇠고기 거래를 하는 95개국과 같은 조건”이라며 “이처럼 많은 나라들이 미국과 조공무역을 하는 나라들이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