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명 서명, 국회에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 합니다”.
한 인터넷 포탈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 요구 서명자가 120만명을 넘어섰다. 서명 마감일까지 240일 남은 점을 감안하면, 1000만명 서명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온라인에서 시작된 탄핵요구는 오프라인의 ‘청계천 촛불 시위’까지 이어졌다. 지난 2~4일 “미친 소 수입반대” “이명박을 탄핵하라” “미친 소는 너나 먹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청계천에 모인 시민은 하루 평균 수 만명에 이르렀다.
지난 노무현 정권 때는 정치권에서 탄핵을 주도했지만, 이번 탄핵 돌풍은 국민들이 먼저 시작해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는 국민들의 탄핵요구를 받아들여 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권을 발의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NO’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법적으로 탄핵권을 통과시킬 수 없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대통령 탄핵권은 국회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18대 국회의 탄핵권 발의를 독자적으로 막을 수 있는 153석을 이미 확보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정부의 쇠고기 협상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일명 ‘여당 내 야당’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도 탄핵이라는 위기가 눈앞에 직면하면 일단 ‘대통령을 살리고 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야권에서도 대통령 탄핵에 큰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 과거 한나라당이 노 전 대통령 탄핵으로 역풍을 맞았던 일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민주당의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국민들의 탄핵 서명 운동을 정치권에서 이어받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들의 행동양식과 의회의 방식은 다르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우리가 탄핵을 섣불리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친박연대의 송영선 대변인도 “탄핵문제를 논의해본 적 없다”며 “야권 전체가 일제히 뭉쳐서 탄핵을 들고 일어나고 맨 마지막에 친박연대만 남는다면 그 때 한번 생각은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야권은 탄핵에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않되, 이 기회를 백분 활용해 정부ㆍ여당을 압박해 나간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마음 같아서야 우리 민주당도 길거리로 나가고 싶지만 우리는 진정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정치권의 실천력으로 응답할 것”이라고 했고,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오만한 정부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5일 “민노당은 국민들과 함께 미친 소 수입을 반대할 것”이라며 “오늘부터 우리는 이명박 정권과의 전면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탄핵 여론과 관련 한나라당은 ‘음모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탄핵서명 운동은 국민들이 쇠고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취지가 발휘된 것인데, 이것이 정치쟁점으로 비화되면 그 때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했고, 김대은 부대변인은 “좌파정권의 선동 전문가들이 드디어 쇠고기 수입문제를 주제로 잡아 선동을 획책하고 있다”고 음모론을 설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