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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층 “복지제도 굿” 젊은층 “비효율성 제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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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승인 : 2013. 05. 22. 16:38

[희망100세] 영국인들 세대별 복지제도 속내 복잡…과도한 복지가 젊은이들 망쳤다 지적도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④ 런던시민에게 선진복지로 가는 길 물으니

영국 베이커에 위치한 잡센터플러스 /사진= 영국 기획취재팀

런던(영국)/아시아투데이 김종원·이정필 기자 = 영국에서는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거나 굶어 죽는 국민은 없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전 국민 무상 의료서비스(NHS)와 국민연금, 국가 돌봄서비스, 각종 국민 보조수당 등 촘촘한 사회 안전망이 있다. 그 어떤 국민도 돈이 없어, 아파서 극빈층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복지 그물망’ 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부러울 것이 없는 사회보장과 복지체계를 갖추고 있는 영국도 나이든 세대와 젊은 세대, 정부와 국민 간에 복지서비스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가치 충돌이 깊이 잠복해 있다.

“국가 의료·연금 서비스 이보다 좋을 순 없다” 

21일(현지시간) 오후 바쁜 런던 거리에서 캐리어에 의지해 한발 한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 세인트메리 종합병원으로 가는 백발의 에드나 스미스씨(63·여·웨스트민스트)를 만났다. 그녀는 “눈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간다. 몸이 불편해 혼자 생활할 수 없어 정부가 무상으로 마련해 준 홈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다. 과거 국민의료서비스(NHS)에서 일했다. 연금은 매년 4월마다 액수가 조금씩 달라져 얼마인지 말하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병원비가 모두 무상이다. 연금도 충분하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에드나 스미스

◆“연금만으로도 아내와 생활하기 충분해요” 

말리본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던 브라이언 킬베이씨(66·버킹엄셔)는 “일반 국민 연금의 경우 주당 107파운드를 받지만 나는 18살부터 54살까지 일을 했기 때문에 주당 200파운드(34만원)를 받고 있다. 아내와 내가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돈이다. 우리 부부는 차를 살 수 있는 돈이 있지만 차는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고 있다. 아내가 6주전에 무릎교체수술(Knee replacement)을 받았는데 지금 많이 좋아졌다. 통증도 거의 사라져 진통제도 먹지 않고 있다. 정부의 무상의료 서비스에 만족한다. 하지만 운이 없는 경우는 좀 다르다. 병원의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 2차 감염이 되고 간호사들이 잘 돌봐 주지 않는 경우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킬베이

◆“무상의료 서비스 세계가 부러울 정도로 판타스틱” 

런던 지하철 역 근처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알란 토프씨(66·말리본)는 “현재 주당 220파운드 연금을 받고 있다. 15살부터 65살까지 일을 했다. 식당에 일부를 투자하고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해 주방에서 일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무상 의료 서비스는 정말로 전 세계가 존경할 만한 환상적인 (Fantastic system) 시스템이다. 영국의 무상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많은 나라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규제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60살 이상은 프리패스(무료 승차권)를 받아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를 악용하는 국민들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영국의 복지정책은 너무나 좋고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민은 그러한 복지체계를 악용하고 있다. 몸이 많이 불편하지도 않으면서도 병원에 가서 병가 허락서를 받아 회사에 신청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이런 부분을 정부가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또 예전에 비해 영국 사회의 노인에 대한 젊은이들의 공경이 눈에 띄게 줄었다. 과거에는 버스나 지하철 승차시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요즘은 길거리에서 부딪혀도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국 정부의 많은 혜택이 영국 젊은이들을 망쳤다고 생각한다. 40살 때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는데 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이 잘 치료해줘 지금은 아무 문제없이 생활하고 있다. 그들에게 늘 감사하고 있다. 정부 무상 의료 서비스는 100% 만족한다”고 말했다.

알란 토프

하지만 영국 정부의 복지제도에 대한 젊은이들의 속내는 복잡했다. 적지 않은 젊은이들은 정치권이 정작 개혁이 필요한 금융권은 손대지 않은 채 일반 국민들의 생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복지재정 삭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싼 치료비, 비만, 중장년층 급증으로 재정운용 부담” 

렉흠대에 다니는 크레이그 로스씨(23·윔블던)는 “젊은 대학생인 나에게는 연금은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 대학을 졸업해서 일을 하고 은퇴 후 충분한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연금정책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아직 젊어서 병원에 갈 일이 많지 않지만 영국의 무상 의료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국인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무료 혜택을 받기 위해 영국으로 오는 것은 정부가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정부는 의료에 드는 비용을 낭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크레이그 로스

대학원생인 베네딕트 도커티씨(27·리즈대)는 “영국이 국방비에 많은 예산을 쓰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NHS와 복지제도를 위한 예산운용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큰 자부심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비싼 치료비 급증과 비만, 장년층의 증가로 재정운용에 점차 부담이 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비롯한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복지제도가 비효율적으로 운용되는 점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혜택 실업자 아닌 연금 지급에 사용은 문제” 

앤디 머튼씨(32·허더스필드)는 “영국이 실질적으로 복지에 투자하는 비용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보다 적다. 방만한 은행 운영으로 인한 재정 손실이 훨씬 크지만 누구도 그것을 개혁하려 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클락슨씨(29·리즈)는 “대부분의 보수 언론들은 국가가 운영하고 재정을 조달하는 현재의 NHS 제도를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현 제도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가 소유의 NHS는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왔다”고 평가했다.

포셋씨(25·여)는 “연금은 전적으로 필요하지만 재정적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보조금 혜택의 많은 부분이 실업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연금 지급에 사용되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해외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연재합니다.>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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