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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매환자 80만명, 10년 내 100만명…연간 40조원 사회적 비용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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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승인 : 2013. 05. 20. 14:59

[희망100세] 캐머런 총리 치매대책 진두지휘…2015년까지 치매 조기 검진율 42%에서 80%까지 개선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② 영국은 지금 치매와의 전쟁 중

치매노인이 요양시설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영국 보건부 제공

윔블던(영국)/아시아투데이 김종원·이정필 기자= “치매는 영국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는 지난해 3월 치매를 국가적 위기로 규정했다. 65살 노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에 육박하고 있는 영국은 고령화 사회의 대표적인 질환인 치매대책를 전 세계에서는 가장 먼저 국가적 어젠다로 설정했다. 치매와의 전쟁(Prime Minister's Challenge on dementia)을 선포했다.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의료 기술과 연구, 의약품, 의료장비와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 무상 보건의료(NHS) 복지체계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한 영국이 치매를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치매가 그만큼 우리 미래를 덮칠 가장 위협적인 질병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영국은 이미 1970년대 암, 80~90년대 HIV와의 전쟁을 선포했었다. 암과 HIV는 이젠 조기 진단과 백신 개발로 국가가 어느 정도 관리 치료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특정 질병으로는 국가가 3번째로 전쟁을 선포한 ‘노인질환 치매’는 경제사회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이 깔려있다.

노인 치매환자 80만명…10년 내 100만명 돌파

현재 영국의 치매환자는  8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100만명, 2050년에 170만명으로 치매 환자가 급속하게 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나 친구인 ‘치매환자 돌보미’는 67만 명에 이르고 있다.

전체 인구의 50%에 가까운 국민들이 주변에 치매 환자가 있다고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65살 이상의 노인 인구 중 3분의 1이 앞으로 치매를 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대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치매 인구는 더 빠르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치매 환자의 3분의 1만이 정확한 진단을 받았다는 통계 조사가 나왔다. 영국의 치매환자 치료·요양비는 연간  230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40조 원에 달한다. 앞으로 5년 뒤에는 해마다 50억 파운드가 더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국가적 문제로 인식한 영국 정부는 이미 2009년부터 국가 치매 전략(A National Dementia Strategy)을 세워 지난 3년 간 적지 않은 성과도 거두고 있다.

영국의 1차진료위원회(PCTs·Primary Care Trusts)의 94%가 치매 조기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PCTs의 조기진단 서비스 이용 환자 수가 2008년에서 2010년까지 평균 57%나 급증했다. 국가 의료기관(NHS)과 사회돌봄 서비스는 항정신병 약물 처방을 3분으로 2로 확 줄이는 계획에 들어갔다. 2010년 10월 이후 약 90개 기관이 치매 환자와 돌보미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서약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2015년까지 치매 치료·요양, 연구, 친화 공동체 3대 액셜 플랜 가동

무엇보다 영국 정부는 2015년까지 치매 치료와 요양, 치매연구, 치매 친화적 공동체 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총리 프로젝트를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치매에 대한 보건과 돌봄 개선 촉진, 치매연구 개선, 치매에 우호적인 공동체 조성이라는 3대 액션플랜도 가동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범정부적인 치매와의 전쟁 선언 이후 직접 성과를 꼼꼼히 평가하고 앞으로 계획까지 공표하며 주도적으로 치매 어젠다를 끌어 나가고 있다.

먼저 치매에 대한 보건과 돌봄 개선을 위해 65~74살 노인에 대한 치매 검진율을 42%에서 2015년 80%까지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모든 동네병원(GP)에 일명 10분 기억력 검사라는 웹 기반 치매검진 툴킷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치매 의심환자가 내원하면 GP는 1단계로 혈액 검사, 2단계로 간단한 정신상태를 검사했다. 일단 의심환자는 정신병원에 부설된 클리닉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거쳐 치매 여부를 확진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보통 18개월이나 걸렸다.

앞으로는 치매 검진율을 높이기 위해 최근 개발된 신기술인 웹 기반 치매검진 툴킷을 GP에 보급하고, 비정상 징후가 나타난 환자는 국가 보건의료체계인 NHS 뇌건강센터로 가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더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검사를 받는다. 뇌건상센터 검사결과는 GP로 전송돼 치료와 요양 조치가 제공된다.

이와 함께 차량에 진단장비를 싣고 동네병원에 찾아가 문밖에서 진료를 도와주는 이동식 치매진단 승합차도 운행한다. 지난달부터는 NHS 성과 평가지표에 치매 검진율이 개선된 정도를 반영하고 있다. 65~74살 노인에 대한 NHS 건강검진때 기억력 검사 등 치매 위험평가 정보 제공도 시작했다.

치매노인이 19일 런던시내 한 요양시설 의자에 앉아 있다. /사진= 영국 기획취재팀

치매 검진율 42%에서 2015년 80%까지 개선

지난해 4월부터는 75살 이상의 모든 내원환자에게 전문의가 실시하는 치매 위험평가를 제공하는 병원에 대해 5400만 파운드(약 917억 원)의 재원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치매 질혁신 위원회제도(CQUIN)도 도입했다.

치매 검진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NHS 조직에게 100만 파운드(약 17억 원)의 상금을 주는 혁신 도전상도 만들어 내년부터 포상한다. 치매환자 서비스 질 개선 협약도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치매 환자 20만명에게 1800가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42개 기관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는 NHS 남서부 지부에서 치매 서비스에 대한 지역 정보 제공을 촉진하기 위해 ‘우리의 희망’ 이라는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지난달부터 전국으로 확대 추진하고 있다.

치매환자 돌보미들의 스트레스가 극심한 것을 감안해 자신들의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2011~14년간 4억 파운드(약 6791억 원)의 재원으로 돌보미 휴가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치매 연구개선에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2015년까지 국립보건연구원(NIHR), 의학연구위원회(MRC), 경제사회연구위원회(ESRC)의 치매 연구비를 지금의 2배 수준인 연간 6630만 파운드(약 1075억 원)로 늘렸다.

바이오 뱅크(Bio Bank)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치매가 발생하기 이전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40~69살 50만명의 생물학적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바이오 뱅크 뇌 검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10만명을 추가로 늘린다.

치매노인 둘이 19일 런던시내 한 요양시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영국 기획취재팀

치매 친화적 공동체 40곳 조성·뇌은행·바이오센터 확대

지난달부터는 치매 연구 포탈도 구축했다. 과학자와 치매 연구 자금, 치매 데이터인 국립보건연구원, 알츠하이머 소사이어티, 알츠하이머 연구기관을 효과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치매와의 전쟁 선언 이후 국립보건연구원, 의약품의료기기 제품규제처(MHRA)는 역학과 진단, 치료, 의약품 효능·부작용, 임상시험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익명으로 처리된 NHS 환자의 임상정보 서비스를 개시했다.

국립보건연구원 바이오 메디칼 치매연구센터 4개곳도 개설했다. 치매 연계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앞으로 5년 동안 새로운 치매 공동 연구자금 3600만 파운드(약 611억 원)도 조성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바이오 메디칼 치매연구센터를 캠브리지대, 뉴캐슬대, 킹스칼리지, 런던대 4곳에 개설했다.

뇌은행(Brain Bank) 네트워크도 지원하고 있다. 의학연구회는 뇌 세포 기부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영국 뇌 은행 네트워크에 연간 5억 파운드(약 8489억 원) 지원하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NHS·알츠하이머 소사이어티와 협력해 치매 임상시험 연구에 환자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치매 연구의 타당성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자와 치매요양 시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치매 친화적 공동체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알츠하이머 소사이어티 연구에 따르면 치매환자 67%가 그들이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느끼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매 친화적 공동체 20곳 조성 목표를 2015년까지 2배로 늘리기로 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치매를 잘 이해하고 치매 환자와 돌보미가 쉽게 도움을 요청하고 받을 수 있는 치매 친화적 도시·타운·마을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2015년까지 치매 친구(Dementia Friend) 100만명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에도 착수했다. 금융기관과 학교, 에너지회사, 전화회사, 레저, 교통, 소매점이 치매 환자 지원을 서약하는 동참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영국 정부의 범국가적 치매대책 어젠다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중산층이 모여 사는 런던 인근 머튼 보로의 지역 사회를 이끌고 있는 리챠드 레인 성공회 주교(52)는 “미국이나 호주는 치매 원인을 연구하는 정책을 펴는 반면에 영국 정부는 치매를 일상 생활의 한 부분으로 받아 들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보다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커뮤니티 중심으로 돌봄·치료센터를 만들어 운영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정부가 재정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도 교육이나 복지 등 다른 정책에 비해 치매예방에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치매에 걸린 환자들의 가족과 일반 국민들은 정부가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노령인 로랜 워커씨(70·여)는 영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펴고 있는 치매정책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치매가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자식들과 많은 시간을 가지면서 치매에 걸렸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의견을 나눌 것”이라면서 “케어 홈이나 특별한 치료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비드 리차드씨(47)는 “치매 대책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지 않다”면서 “개인적으로 보험을 들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지만 현재는 어떤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해외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연재합니다.>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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