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야구단이 한 공원에서 야구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유재석 기자 |
니유마오츠 할머니(82)는 용기를 내 타석에 올라섰다. 공이 얼굴로 힘차게 날아왔다.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하늘이 노랗다. 눈 한쪽이 시퍼렇게 멍들었다. 다시는 야구를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1주일 후 할머니는 다시 타석에 섰다. 배트를 들어야만 인생을 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 공이 날아왔을 때 숨고 싶었던 두려움을 극복하고 공을 받았을 때의 성취감을 잊지 못한다.
시니어 야구단 /사진=혼다오 재단 제공 |
이들이 처음 야구 배트를 든 건 타이베이 병석에 누워있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나서다. 그녀는 숨이 멎는 순간 '야구를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고 그녀의 꿈은 방송을 타고 이들에게까지 전달됐다. 시니어 야구단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저세상으로 간 그녀의 꿈을 이뤄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바로 이 '시니어 야구단'이다.
이들은 3개월 동안 20차례의 연습 끝에 하나의 팀이 됐다. 그리고 6월 11일 마침내 정식 운동장에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을 속일 수는 없었다. 선수들은 몸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경기 전 반드시 혈압체크와 준비운동을 해야만 한다.
본격적인 야구를 하기에 앞서 준비운동은 필수다. /사진=유재석 기자 |
지난달 25일 경기에 앞서 만난 니유 할머니는 “아들과 손자가 단 둘이서 야구공을 주고받으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부러웠다”며 “내가 야구를 시작했다는 소식에 아이들은 경악했지만 나는 그들의 놀란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고백했다.
이어 “아이들이 내 시합에 와서 경기를 구경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린이잉 혼다오 복지재단 이사장은 “올해 2월 104개 시 센터에서 1072명의 어르신들이 꿈에 대한 설문조사에 참여했다”며 “그 중 76% 어르신들이 꿈이 없다고 말을 했는데, 특히 한 번도 꿈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분들이 65%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 “어르신들의 일생은 사회와 가정, 자녀들을 위해 희생했을 뿐,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다”며 “그래서 ‘부라오멍샹(不老想:늙지 않는 꿈)’이라는 주제로 이들의 꿈을 이뤄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습 끝나고 시니어 야구단 멤버들이 포즈를 잡고 있다. /사진=유재석 기자 |
#혼다오 재단은?
혼다오 복지재단은 1995년 ‘혼다오 노인복지기금회’로 출범해 지금까지 18년간 대만 시니어들과 함께했다.
매년 이 재단은 슬로건을 바꿔가며 시니어들을 위한 수많은 행사를 기획해 왔는데 올해는 '걱정을 즐기자’(Taiwan welcome older people alliance)는 주제가 선정됐고 '늙지 않는 꿈'이라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랜드 라이더스(不老士:부라오 치스), 시니어야구단(不老棒球:부라오방치우), 조정팀(不老艇:부라오 화팅)이 핵심 멤버다. 그랜드 라이더스는 매 해마다 새로운 도전자들을 받고 있고 야구단도 본격적인 시합을 준비하고 있다. 조정팀은 이달 새로 조직된다.
혼다오 재단 문을 들어서면 '늙지 않는 꿈, Dreams never get old'(부라오멍샹)란 대형 사진을 볼 수 있다. /사진=유재석 기자 |
혼다오 재단에서는 어르신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부라오멍샹(늙지 않는 꿈)'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젊은 시절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팀을 꾸려주고 장소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대만을 일주하는 '부라오치스(늙지 않는 기사)'팀이다. 이들이 꿈을 이루는 장면이 담긴 '달려라! 그랜드 라이더스'라는 다큐멘터리가 전 세계에 방영되면서 대스타가 됐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야구선수의 꿈을 꾸는 '부라오방치우(늙지않는 야구단)' 부라오 추스(늙지 않는 요리사)'는 이미 활동을 하고 있으며 배를 타고 조정경기를 하는 '부라오화팅(늙지않는 조정선수)'은 올해 만들어졌다.
이들이 만든 '부라오(늙지 않는) 신드롬'은 대만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지금은 어르신들이 나서서 하는 일에 모두 이 단어가 쓰인다.
린이잉 혼다오 재단 이사장 /사진=유재석 기자 |
#혼다오 재단 린이잉 이사장은?
린이잉(40)은 40대의 열정 넘치는 혼다오 복지재단 이사장이다.
여장부 같은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경찰 출신 아버지를 도와 지역사회를 위한 청소 및 자원봉사를 했다.
린 이사장은 대학 4학년 때 항공사 스튜어디스가 난민들을 위한 봉사자로 뛰어들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책 ‘변경의 등불’을 접하고 본격적으로 봉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협력경제과를 졸업한 경제학도였지만 중정대학의 사회복지연구소에 들어갔다.그때는 주위로부터 “그 일 해서 굶지 않고 살 수 있겠니?”, “나중에 무슨 일을 하려고” 라는 말도 많이 들었단다.
그러나 시니어 복지를 향한 그녀의 마음을 꺾을 순 없었다.
린 이사장은 사회복지연구소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대만의 2대 복지재단인 라오우라오 기금회의 집행 비서가 됐다.
이후 라오우라오 기금회와 잦은 교류를 하던 혼다오재단의 이사장이 그녀를 스카우트했고
2005년 32세에 혼다오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대만 100세 특별 취재팀=추정남·채진솔·유재석 기자 hope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