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티엔하오 감독 /사진=채진솔 기자 |
아시아투데이 대만 100세 특별 취재팀 = "우와, 와!" 지난해 10월 8일 오후 8시 부산 센텀시티 CGV의 한 상영관. 80대 할아버지 한 명과 30대 초반의 남자가 힘차게 손을 흔들자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오토바이로 제2의 삶을 시작한 더위 할아버지와 영화 ‘달려라, 그랜드 라이더스’를 제작한 후아티엔하오 감독이었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다큐멘터리 특별전에 초청된 이 영화의 GV(게스트와의 만남) 현장은 그만큼 뜨거웠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났다. 후아 감독을 만나기 위해 지난달 25일 타이베이시에 있는 메리고라운드(Merry Go Round)영화사를 방문했다. 주위 분위기 좋은 커피점 여러 군데를 지나고서야 도착했다. 마치 홍대 커피거리가 떠오를 정도로 아름다운 거리 한 켠에 영화사 간판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스태프 10여 명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감독님은 지하 1층에 계세요”라는 안내에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구불구불 미로를 지나니 마침내 그들만의 아지트가 등장했다.
후아 감독(31)은 육중했다. 남자치고는 긴 머리를 5대 5 가르마로 예리하게 나눈 거구였다. 식사를 거른 양 한손엔 햄버거를 쥐고 있었다. 영화를 제작했을 당시 나이는 26세였단다. 원래부터 시니어에게 관심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 입으론 햄버거를 먹으며 다른 한 입으론 숨쉴 틈 없이 말을 쏟아냈다.
“관심요? 그런 분들과 접촉할 기회는 새해 세뱃돈 받을 때 말고는 없었어요. 전 그저 15분 분량의 전국 투어를 담으려고 했을 뿐이죠. 그런데 이들의 인생이 너무 흥미로운 거예요. 이 이야기를 다 담으려다보니 48분으로 분량이 늘었어요. 영화는 대만 전역을 여행하는 여행기이자 동시에 그들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인생다큐가 된거죠."
‘달려라, 그랜드 라이더스’는 평균 연령 81세인 17명의 대만 시니어들이 모여 오토바이로 대만 전역을 누비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72세 주부부터 87세 경찰관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후아 감독의 입을 통해 영화 제작에서 상영, 흥행까지의 이모저모를 들었다.
-갑작스러운 제작환경 변화가 준 어려움이 있었다고?
"제작비가 부족한 게 가장 힘들었죠.(웃음) 농담이고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쉴 곳이 없었다는 겁니다. 차도에서 모든 촬영이 이뤄졌기 때문이죠. 쉬는 시간도 그랜드라이더스들을 위한 것이지 스태프들은 아니었어요. 왜냐고요? 쉬는 시간에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바로 영화 내용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꼬박 밤을 새다시피 해서 촬영을 마쳤지요. 다음 번에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것 같아요."
-고령의 그들이 대만일주를 해 낸 동력은 무엇?
"이 분들이 병든 몸을 이끌고 일주를 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던 가장 큰 동력은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이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1178km라는 대장정을 진행할 수 있었던 거죠."
-제작진으로서 촬영 중 가장 좋았던 점은?
"가장 좋았던 점은 얼음장 같던 저에게도 따뜻한 감정이 생겼다는 거예요. 오토바이 일주를 같이 했던 라이더스들의 인생사가 저를 이렇게 바꿨어요. 예전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일이었어요."
-전세계에서 이 영화를 주목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세계에서 이 영화를 주목하게 된 이유는 아마 고령화라는 문제를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일 겁니다. 저희 집에도 노인이 있습니다. 또 저도 언젠가는 노인이 되겠죠. 이같은 공감대가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흥행 성공, 돈 많이 벌었을 것 같다.
"돈요? 많이 벌었죠.(웃음) 영화 자체로는 큰돈을 못 벌었지만 부대 수익이 많았죠. 대만의 손꼽히는 은행인 대중은행 광고를 저희가 찍었어요. 하지만 특별히 제가 한 것은 없어요. 빛이 비추는 곳에 있어서 그 빛을 받았을 뿐이에요. 한국에서는 그걸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다'고 하죠?"
대만 100세 특별 취재팀=추정남·채진솔·유재석 기자 hope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