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금융, 기업 등 투자 붐이 일고 있다. 두둑한 퇴직금으로 무장한 베이비부머들이 저금리의 은행 예금 대신 금융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일본 도쿄 인근 지바 현에 문을 연 이온 후나바시점. 대형쇼핑몰업체 이온이 고령자를 겨냥해 만든 시니어 전용 쇼핑몰이다. 내부에는 시니어 전용 상품들로 채워져 있어 휴일 낮 시간에도 매장 내부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코너는 따로 있다. 바로 금융 상담 서비스인 '생활자금 플라자'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생활자금 플라자는 일본 중장년층에게 자산운용, 주택담보 대출, 보험 등 금융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상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은 모두 자산관리사 자격증 소지자로 노무라증권, 다이이치생명보험 등 대형금융사 출신도 대거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이 은퇴 후 노후 설계나 보험 설계 등을 직접 컨설팅한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2시간동안 전철을 타고 오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여기에 최근 일본 베이비부머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 본격 은퇴가 시작되면서 퇴직금 운용을 위한 상담도 줄을 잇고 있다. 노후 대책을 위해 퇴직금을 밑천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라쿠텐 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자가 거의 없어도 저축을 일삼았던 일본인의 자산관리 의식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쿠텐 증권의 자료에 따르면 1 계좌당 평균 300만 엔이던 입금액이 지난 5년 새 2배 이상 올랐다. 2000만 엔 이상의 퇴직금을 쏟아 부은 60~70세 고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기술에 투자하는 중장년층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달 초 기후 현 다카야마의 공작기계 제작업체 와이다 제작소에 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성들이 방문했다. 한 투자회사가 중소기업, 기술력에 투자하려는 개인 고객들을 위해 마련된 견학 투어다.
투어에 참여한 나카무라 유키 씨는 "장인 정신, 기술이 일본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이를 위해 꾸준히 투자하고 싶다"고 밝혔다.
독립형 투신사인 사와카미 투신은 이에 대해 "대부분 1만~10만 엔 규모의 소액 투자이지만, 계약 총액은 2000억 엔을 넘어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수익을 노리는 중장년층은 아예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른바 ‘월급 펀드’, ‘용돈 펀드’로 알려져 있는 매월 분배형 해외 펀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기존 펀드가 매달 일정액을 적립해 목돈을 만드는 방식인 반면 매월 분배형 펀드는 목돈을 맡기고 매달 일정액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펀드의 주요 투자처는 저수익 안정형의 경우 미국 리츠(부동산투자신탁)에 집중되며, 고수익을 추구하는 경우엔 태국 등 동남아 신흥국 채권 위주로 구성된다.
일본 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일본인 개인 전체의 금융자산은 약 1500조 엔이며 이 가운데 80%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보유하고 있다. 연령별로 50대는 270조 엔, 60대는 520조 엔, 70대 이상은 460조 엔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협회는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