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희망 100세 시대] 고령화로 시름하는 일본 2차 베이비부머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767622

글자크기

닫기

조은주 기자

승인 : 2013. 02. 14. 06:05

부모에 자녀까지 부양...노후 '생계 주름' 깊어진다
 사상 유례없는 고령화에 허덕이는 일본. 그 안에서 단카이 주니어라 불리는 2차 베이비부머(1970~1974년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닛세이 기초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년 후 일본'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은 86세, 여성은 91세가 된다. 지금이야 공적 연금제도와 건강 보험 등 각종 사회보장 제도로 유지하고 있지만 몇년 후면 고갈되고 만다.

현재 노인 1명을 근로자 약 3명이 부양하고 있지만 2050년에는 노인 1명을 근로자 1명이 부양해야 한다.

연구소의 야지마 야스히데 연구원은 "뜨거운 돌에 물 붓기(아무런 효과가 없음을 비유한 일본 속담)"으로 표현했다.

가장 어려운 노후를 직면한 세대는 서른 후반, 마흔 초반의 단카이주니어로 지목됐다. 정년 퇴직으로 현역에서 물러난 부모와 커가는 자식을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사회 보장 부담은 해가 갈수록 늘어 최악의 경우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기 침체로 언제 구조조정 대상자가 될 지 모른다. 커가는 아이들의 교육비도 해가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노후 준비란 꿈같은 얘기다.

이들이 인생 후반을 낙관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은퇴까지 과연 얼마가 있어야 죽을 때까지 돈 걱정을 하고 살지 않을까"에 대한 불안이다. 이들이 안고 있는 7대 리스크를 들여다보자.

1. 공적연금
노후 자금 계획의 핵심은 바로 이 '공적연금'. 대체 언제부터 받을 수 있는 지가 최대 불안 요소다. 현재는 65세부터 연금을 수령하고 있지만 단카이주니어들이 은퇴할 즈음이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맹국 가운데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일본(65세)보다 높은 국가는 미국과 독일(67세), 영국과 아일랜드(68세)를 포함한 13개국이다. 

하지만 이 모든 국가는 일본보다 평균 수명이 낮다. 평균 수명에서 지급 개시 연령을 뺀 연금 수급 기간은 프랑스, 룩셈부르크에 이어 일본이 세 번째로 높다. 

이에 따라 후생노동성은 수년 전부터 지급개시 연령을 현재의 65세에서 68세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늘어나는 고령자들의 수를 연금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므로 지급 시기를 늦추거나 지급액을 줄이는 방법으로 파탄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회보험 노무사들 사이에서는 70세까지 올려야 한다는 논의마저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비현실적이다. 

연금과 고용은 따로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정해진 뒤 기업이 65세 정년을 추진해왔고 개시 연령이 높아지면 이는 고스란히 기업의 부담이 되고 만다. 

오구로 가즈마사 히토쓰바시 대학 공공경제학과 준교수는 이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는 지급액이 30% 줄고 지급 개시 연령이 68세가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2. 퇴직금
은퇴 후 제2의 인생에서 공적 연금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퇴직금이다. 

직장에 다니며 매년 차곡차곡 쌓아둔 일시 퇴직금과 기업 연금액이 이에 해당된다. 현재 일본 기업의 90%가 퇴직금제도를, 50% 이상이 기업 연금을 도입한 상태며 두 가지 모두를 도입한 기업도 상당수다.

노후 자금으로 아주 중요한 수단이지만 기업이 망하면 모두 받을 수 없다.

금융전문가인 야마사키 준 씨에 따르면 회사가 법적으로 파산하면 퇴직일시금은 노동 채권으로 우선 지급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망하는 회사가 이를 지급할 자금을 보유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파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적이 계속 악화될 때는 어떨까? 야마사키 씨는 "직원의 급여 지급이 우선이므로 아예 못 받지는 않겠지만 액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고 설명했다.

3. 소비세와 물가
어느 나라든 인구 고령화로 사회보장 비용이 늘면 가장 먼저 내놓는 대책이 국민들의 세금을 늘리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다. 늘어나는 사회보장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현재 5%인 소비세를 오는 2014년 4월부터 8%, 2015년 10월부터는 10%로 각각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일본 재무성 자문기관인 재정제도 심의회는 지난달 "불어나는 사회복지 지출 재원을 마련하려면 소비세를 올려 부담을 폭넓고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며 "(10%로 인상한 뒤에) 추가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일본 정부가 현재의 비용을 모두 충당하려면 30%가 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오구로 교수 역시 "25%로 올려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소비세 증세가 고스란히 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평균 약 400만 엔을 지출하는 4인 가족이 소비세가 30%로 인상될 경우 떠안아야 할 부담은 100만 엔에 육박한다. 

또 전 세계적인 이상기온과 국제 식량가격 상승으로 물가마저 계속 오르고 있어 단카이주니어의 시름은 점점 더 깊어질 전망이다. 


4. 교육비
가계에 금전적 여유가 없더라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건 바로 자녀 교육비. 일본 부모의 경우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게 자녀의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

초등학생일 경우 명문 사립 중학교 입시 준비까지는 아니더라도 같은 반 또래 아이들이 학원에 다닌다면 우리 아이도 보내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원 수업료, 모의 시험, 방과 후 학습 등 비용도 따라 올라간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연간 비용이 100만 엔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비용 부담에 부랴부랴 학원을 그만두려 해도 "지금까지의 투자가 모두 헛수고가 됩니다"라는 학원 측의 말에 차마 그러지 못한다.

사립 중, 고등학교일 땐 더욱 심하다. 닛세이 연구소에 따르면 아이 1명을 사립 중학교에 보내려면 연간 최소 150만 엔이 필요하며 가계 수입은 최저 700엔이 되어야 한다. 

아이가 2명이면 1000만 엔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대학 등록금과 해외 유학 비용까지 합치면 비용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5. 장수하는 부모
부모가 오래 살 경우 가장 불안한 것은 '개호(곁에서 돌보아 줌)' 문제다. 부모가 그동안 모아둔 저축으로 간병비를 조달하지 못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자식에게 돌아온다.

공적 개호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건강 상태에 따라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연금처럼 현역 근로자가 고령자를 지원하는 방식이어서 해를 거듭할수록 액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단카이주니어들에게 노후 설계로 저축보다 개호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게 나을 것이란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부모가 개호 시설이 아닌 집에서의 요양을 고집하는 경우다. 
배설, 목욕, 가사 등 전반적인 도움이 요구될 때나 치매나 중증을 앓게 된다면 보험 적용 한도를 초과할 뿐 아니라 곁에서 돌보는 가족들마저 지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6. 부모의 재혼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배우자와 사별 또는 이별한 남성의 70%, 여성 60%는 재혼을 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60~70대의 재혼도 급증하고 있다.

자산관리사인 하타나카 마사코 씨는 중년을 위한 결혼상담소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특히 정년 후 연금을 두둑히 받을 수 있는 공무원 남성이 가장 인기라고 덧붙였다.

재혼으로 부모가 행복하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최근에는 유산 등 악의적인 목적의 재혼도 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50대 중년 여성은 "아버지가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는 부동산, 예금을 재혼한 여성에게 모두 상속했다"며 "부모가 호적을 바꾸기 전에 자식들은 미리 재산 분배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7. 의료비
일본인의 사망원인 1위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암이다. 암 전문 보험사인 아플락이 지난해 암 환자 2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총 응답자의 65%가 식사, 교통비 등을 포함한 치료비용 총액이 50만~100만 엔이라고 답했다. 

생각보다 비용이 적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일본 의료보험제도는 자기부담분이 30%인 게 원칙. 취학 전 아동이나 70세 이상 고령자는 20%를 부담한다. 이는 1981년 10%였던 자기 부담 비용이 30년 새 세배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비용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 전망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응답자 가운데 4명 중 1명은 일자리를 잃는 등 소득이 크게 감소했다고 답했다. 비용은 느는데 소득은 줄어든다는 의미다.

자산관리사 구로다 나오코 씨는 "숙박, 교통비 등 부가 비용이 많이 드는 병원을 피하고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민간 요법이나 한방 치료는 자제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이어 "젊었을 때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큰 저축"이라면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강을 유지하라고 강조했다. 

조은주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