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 일본이 변하고 있다. 1차 베이비부머인 단카이세대(1947~1949년생)의 본격 은퇴와 오는 4월부터 시작되는 '정년 65세 연장 의무화' 제도를 계기로 전 세대에 걸쳐 고령화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중고연령자고용복지협회, 일본 웰에이징협회 등 일본 고령화 관련 단체는 지난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고령화는 한 세대,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사회적 공감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들 단체들은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재취업, 창업 교육보다 젊은 층들과의 소통, 커뮤니티 지원 등에 주력하고 있다. 또 시니어 체험을 지원, 젊은층들에게 노후의 삶과 계획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움직이고 있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인 NTT그룹은 지난해 말 사원의 정년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늦추기 위해 40∼50대 사원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기로 했다. 세대간 입장차는 크지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모두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다.
일본은 지난 1994년 고령사회가 된 이후 불과 12년 만에 세계 최초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 여타 선진국에 비해 심각한 수준의 고령화를 경험했다.
정부 주도로 연금과 세제 개혁을 단행하며 고령화에 맞서 왔지만 공적연금 및 사회보장 재원 불안, 의료 및 개호의 한계, 무연사회, 고독사 등 수많은 문제와 한계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몇년 후면 길거리에는 노인들이 넘쳐나고 젊은이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그래서 2차 베이비부머로 불리는 단카이주니어의 시름도 한층 깊어지고 있다.
닛세이 기초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20년 후 일본' 보고서를 통해 가장 어려운 노후에 직면한 세대가 지금의 서른 후반, 마흔 초반의 단카이주니어라고 지적했다.
여성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변변한 노후대책 하나 없이 먹고 살기 위해 생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갖가지 문제들이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의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도 곧 고령화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50년 한국의 고령화율은 37.4%까지 올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일본(38.8%)과 격차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국가인 셈이다.
20년 뒤면 우리도 일본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지만 여전히 '강건너 불구경'이라는 지적이 많다.
중장년층의 지역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있는 민간단체 장수사회문화협회(WAC)의 핫토리 마리코 이사는 이에 대해 "한국사회에도 곧 일본과 같은 문제들이 곧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일본의 현황을 타산지석 삼아 전 세대가 고령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