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대지진의 충격 및 연정 무산과 리더십 비난 등 삼중고에 중심을 잃어가고 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밖에서 들릴 정도의 심한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
홍콩 봉황망은 23일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총리의 감정 불안이 갑자기 통곡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며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명 칼럼니스트인 구청옌도 "총리 관저에서까지 정서변화가 불안정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내각 전체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을 전했다.
간 총리의 심한 감정 기복은 언론에 보도된 여러 사실로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3일에는 계획정전 사실을 발표하다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산케이신문 등 현지언론은 "비상시에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최고 지도자가 눈물을 흘려 국민들을 초조하게 만들었다"며 맹비난했다.
또 15일에는 도쿄전력과 통합대책본부 출범을 발표하면서 도쿄전력 본사에 들어가 "보고가 늦었다"며 간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 자리에 함께 있었던 도쿄 전력 관계자들은 "간 총리의 질책이 밖에까지 들릴 정도였다"며 감정 주체가 안 되는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간 총리는 이날 "당신들 각오해라. 사고 수습이 안되면 도쿄전력은 100% 망한다"며 협박성 발언까지 쏟아냈다.
외국 언론도 간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무능과 우왕좌왕하는 대응을 꼬집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정부의 재난대처가 새로운 악몽의 서막"이라며 "대지진 이후 정부의 대응은 거짓말 투성이었으며 실수와 불운, 자포자기한 임시방편이 최악의 상황을 가져왔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일본이 미국 정부의 원자로 폐쇄를 전제로 한 지원을 제안했지만 일본 정부가 거부한 사실을 지적하며 "일본 지도자의 결함이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직설적 비난을 퍼부었다.
산케이신문도 "간 총리가 원전 폐쇄를 애초에 결정했음에도 도쿄전력의 반대에 눌려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사태 대응의 주도권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언론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국민들도 동요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간 총리의 성이 깡통과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해 인터넷에서는 그를 아키 간(빈 깡통) 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위기에 몰린 간 총리는 재난 수습을 위해 야당에 연립정권 구성을 제안했지만 이 또한 퇴짜를 맞았다.
오히려 재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더해졌다.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경우 간 총리의 불안이 더욱 심화되지는 않을지 일본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