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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칼럼] 헌재 변론에서 깨진 ‘내란죄’ 공작과 공작한 이들의 ‘내란죄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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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2. 09. 18:05

김이석 논설실장
논설심의실장
언론들은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정치인 체포'나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대통령의 지시 등을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봤다. 그렇지 않았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곽종근 전 특전사 사령관(이하 직책 생략)의 '문제' 발언들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측이 다른 재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게 주어진 시간이었지만 증인들의 발언들에 '양립성' 테스트들을 가하자 그들의 발언들이 전혀 신빙성이 없다는 게 드러나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벌여온 '내란죄' 공작이 깨지고 말았다.

양립성 테스트는 세 가지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첫째, 동일 증인의 발언들 간의 양립성.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던 홍장원과 곽종근은 '누가' '무엇을' 지시했는지 등에 대해 시시각각 말이 달라져 자신의 발언들이 서로 충돌했다. 이런 현상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는 이상 거짓을 말할 때 나타난다.

둘째, 그 증인의 증언과 다른 증인들의 증언들 사이의 양립성. '홍장원 대 여인형' 그리고 '곽종근 대 김태현'의 경우 증언들이 충돌했다. 셋째, 증언들과 사실들과의 양립성. 지하벙커에 구금시설이 없는데 거기에 가두라고 했다는 둥, 체포권이 없는데 체포를 지시했다는 둥, 아직 출동하지 않았는데 출동했다고 착각하는 둥, 이런 증언들은 사실과 충돌한다.

6차 변론 말미에서 직접 신문을 봉쇄당하고 의견 피력만 허용됐던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부터 내란몰이 모든 프로세스가, … (홍장원의) 메모가 … 12월 6일에 국회에서 박선원 의원한테 넘어가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 이전에는 윤 대통령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이런 이야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강조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한마디로 '내란죄' 추궁이 존재하는 달이 아니라 '달그림자'라고 실체가 없음에 초점을 맞췄다가 이번에는 그 달그림자가 '내란죄 공작'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을 만나고 온 윤상현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홍장원의 모순당착(矛盾撞着)과 민주당의 탄핵 공작 의혹'을 올려 이런 홍장원 발언들 간의 충돌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홍장원은 지난해 12월 6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방첩사와 협력해 한동훈 대표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는 '대통령 통화 시 목적어가 없어서 누굴 잡아들여야 할지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다. 홍장원 발언들 사이에 양립성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홍장원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는 체포 지시가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 바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방첩사가 출동한 시각보다 2시간 정도 먼저 마치 방첩사가 출동한 것처럼 가정하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진술이 사실과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 외 헌재 정형식 재판관은 홍장원에게 '위치 확인' '위치 추적' '체포' '체포 지원' 등이 모두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국정원이 체포권한과 체포인력도 없는데 여인형이 왜 체포 협조를 부탁하느냐고 하자, '체포 지원'이라고 말을 바꾸면서 실수였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홍장원에게 전화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고 검거는커녕 계엄 위치 추적을 할 수 없다"면서 홍장원이 여인형으로부터 체포할 명단을 받아적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곽종근의 경우에도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으로부터 공익신고자 즉, 내부고발자로 등록을 해주겠다는 등의 제안을 받는 등 이미 회유 등을 받았을 가능성이 드러났고 헌재에 출석해서 발언하는 중에도 끌어내라고 했다는 게 '인원' '요원' '국회의원' 등을 오락가락했을 뿐만 아니라 내부에 15명 정도의 비무장한 인원으로 국회의원들을 끌어낸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라면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설사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더라도 실행이 어려운 상황임을 보고하는 게 상식적이다.

아무튼 12월 6일을 기해 '비상계엄=내란죄' 프레임이 크게 작동했다는 것은 언론 보도들을 확인해 보면 분명하다. 홍장원과 곽종근 등의 헌재 증언과 신문을 통해 그들이 민주당 박선원, 박범계 의원 등을 만나면서 '비상계엄=내란죄' 프레임을 만드는 발언들이 튀어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짓 진술을 통해 현직 대통령을 내란죄로 몰아갔으니 이것이야말로 엄청난 내란급 '공작'이 아니면 뭔가! 그래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비판한 것처럼 홍장원과 곽종근은 "내란혐의자"이고 같이 공모한 이들 역시 이런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대통령 탄핵심판의 판이 거의 180도로 반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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