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제품들이 보증 기간을 훌쩍 넘긴 채 비치돼 있어
9호선은 소화기 관리허술, 공항철도는 화재용 방독면 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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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하철역 곳곳에 마련된 구호용품보관함의 방독면이 지하철 이용승객 수에 비해 턱 없이 부족했다. 비치된 제품 대부분이 보증 기간을 훌쩍 넘긴 제품이 부지기수였다.
일부 역사에 비치된 소화기의 경우는 압력지시계 바늘이 정상을 나타내는 녹색이 아닌 적색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점검 결과표에 버젓이 ‘정상’이라고 적혀 있는 상황이었다.
27일 서울메트로가 조사한 ‘주요역 방독면(화재용·화생방용) 비치 현황’을 보면, △강남역 392개 △잠실역 393개 △서울역 329개 △삼성역 335개 △신림역 284개로 통상 400개를 넘지 않는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1~4호선의 하루 평균 이용 승객이 418만명(올해 2월 기준), 그중 승객이 가장 많은 강남역과 서울역의 이용 승객 수가 각각 13만5595명, 10만6237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00개가 채 안 되는 방독면 수량으로 저 많은 승객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은 당연히 무리다.
2호선을 이용해 출근하는 구성호씨(45)는 “일단 승강장에 비치된 방독면 수량이 너무 적다”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승객들이 죄다 달려들어 쓸 텐데 그 과정에서 더 혼잡스럽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저 정도의 구호용품을 갖다 놓고 승객 안전 운운하는 것은 전시행정의 전형이 아니냐”며 “방독면이 비치만 돼 있지 승객들이 평소 이것을 언제 어떻게 써야 되는지 안내 문구를 읽어보지 않는 이상 실제 상황에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5~8호선을 맡고 있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조사한 ‘혼잡도 상위역 방독면 비치 현황’을 보면 19개역의 화생방용·화재용 방독면의 제조연월이 같다.
특히 각 역사에 비치된 화생방용 방독면은 2006년 4월에 제조된 것으로 5년의 보증기간도 초과한 상태다. 1~4호선에 비치된 대부분의 방독면 역시 공동구매를 한 듯 2006년 4월에 제조된 것으로 만약 그동안 성능에 이상이 있었던 제품을 교체했다면 제조연월이 1~2개쯤은 달라야 정상이다.
이에 대해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방독면은 각 역사의 유동인구에 따라 수량을 맞춰 비치한다”며 “방독면 안면부의 보증기간이 10년, 오염된 공기를 여과, 흡수시키는 역할을 하는 정화통의 경우 5년이다. 5년이 경과한 정화통은 1년마다 성능 검사를 실시, 합격판정이 난 제품은 다시 1년을 연장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하철 운영기관이 이런 방식으로 방독면을 관리하는 것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박재정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방독면이라는 게 음식물과 같이 부식되는 것은 아니라 사용기한을 늘릴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제조기간이 많이 지나면 보관 상태 등에 따라 방독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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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 당산역 승강장에 비치된 소화기의 경우 압력지시계 바늘이 적색(비정상)을 가리키고 있었음에도 점검결과표에는 ‘정상’으로 표시돼 있었고, 공항철도는 11개 역사에 아직까지 화재용 방독면을 비치해 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항철도 관계자는 “화재용 방독면 대신 손수건과 물을 뒀는데 아무래도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기에는 부족한 것 같아 내달 초에 화재·화생방 겸용의 방독면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