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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s 사회의 창] 약에 취한 사회, 빼빼로녀·짐승남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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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욱 기자

승인 : 2014. 07. 16. 06:00

약_남자여자
#. 세 달 뒤 웨딩마치를 올릴 예정인 직장인 박소영씨(가명·31·여)는 지금 ‘비상’이다. 키 164cm에 몸무게 60kg인 체형을 10년도 넘도록 유지해 왔지만 이대로 결혼식장에 걸어 들어갈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바쁜 직장 생활에다 혼수 장만까지 해야 하는 탓에 운동은 엄두도 못 낸다. 마냥 굶을 자신도 없다. 박씨는 결국 다이어트약을 처방해주는 것으로 알려진 동네 모 가정의학과를 찾기로 마음 먹었다.

수년 전부터 거세게 불던 몸짱 열풍은 멋지고 아름다운 몸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결국 ‘노출의 계절’ 여름을 앞둔 남녀와 마른 몸을 원하는 예비신부들은 간단한 처방과 약 복용만으로 살빼기에 돌입했다.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다이어트 약을 구성하는 식욕억제제는 뇌의 식욕을 강제로 억제하는 마약류의 일종인 향정신성의약품(이하 향정)으로 분류돼 있다.

즉, 고도비만이나 질병치료를 위한 경우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구입할 수 있도록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 최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과체중 및 비만인구 비율은 31.8%다. 이는 OECD 평균(56.8%)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로 OECD 회원국 중 일본에 이어 2위다.

하지만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약 70%의 사람들 중에서도 다이어트 약을 찾는다는 게 문제다.

박씨는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을 뿐이다”고 말했다.

보통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다이어트 약은 식욕억제제와 체지방제거제, 각성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식욕억제제는 마진돌, 펜디메트라진, 펜터민, 디에틸프로피온 등 향정으로 지정돼 있는 약물이 사용된다. 또 체지방제거제는 몸에 열을 발생시키는 한방성분인 방풍통선상을 캡슐 형태로 만든 것이 많이 쓰이고 있다. 각성제는 인체의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고 혈액순환을 빨라지게 만들어 열량소모가 커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병원을 찾는 환자에 따라서는 항우울증 치료제나 변비약을 함께 처방하기도 한다.

특히, 식욕억제제는 장기간 복용시 폐동맥 고혈압의 위험이 있고 우울증·불면증 등 중추신경계 이상 반응도 일으킬 수 있어 적절한 복용이 필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04년부터 다이어트 약을 복용했다는 강모씨(35·여·서울 서대문구)는 “날씬해지고 싶어 유명 병원이 있다는 대구까지 찾아갔었다”며 “지금은 집 근처 병원에서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처방을 받고 있는데 의사가 부작용에 관한 말은 특별히 하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약사 황정덕씨(70)는 “부작용 가능성을 모두 신경쓰면 환자가 겁이 나서 약을 먹을 수 없다”며 “모든 약엔 부작용이 있으니 꼭 필요한 경우에만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몸짱 만들기’를 목표로 땀을 흘리는 사람들도 약물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 김도형씨(가명·34)는 대학 입학 때만해도 몸무게 58kg의 마른 체형이었지만 현재는 88kg의 거구에다 소위 ‘몸짱’이다.

비결은 바로 14년째 계속되고 있는 ‘근력 운동’. 더 중요한 비법은 바로 ‘몸짱약’이다. 음식섭취량에 비해 살이 붙지 않는 체질이던 김씨는 탄수화물, 단백질 보충제와 더불어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성분이 든 스테로이드 약물에 10년 째 손을 대고 있다.

‘몸짱약’은 테스토스테론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약물로 복용만으로도 근육 생성에 도움을 주고 근력 증가, 체지방 감소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식약처 허가 품목이 아닌 ‘몸짱약’은 병원에서 처방을 받을 수 없어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씨는 “다른 선배가 권해서 먹어본 뒤 해외 갈 일이 있을 때 약물을 사온다”며 “국내 허가가 없으니 엄연한 불법”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하루에 호르몬 약물을 두 개씩 복용한 적도 있지만 가슴이 먹먹해진 증상을 겪은 뒤로는 하나씩만 먹고 있다고 전했다.

몸짱약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져 뇌졸중 등을 일으킬 수 있고 간수치 상승, 코골이 및 수면장애 등의 부작용이 상존한다. 뿐만 아니라 인위적인 남성 호르몬 투여로 인해 스스로 호르몬 생성을 멈추게 되므로 성기능 저하, 여성형 유방, 무정자증이 닥쳐올 수도 있다.
허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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