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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S 사회의 창]약에 취한 사회, ADHD 약이 수험생 각성제로…약에 취한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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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욱 기자

승인 : 2014. 07. 15. 06:00

대한민국이 온라인 판매망 등을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각종 약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다이어트 약, 수험생용 각성제 등으로 유통되는 상당수 약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성분이 주를 이루고 있어 심각한 중독의 위험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발기부전치료제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성인 남성 15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8%(1015명)가 의사의 처방전 없이 불법 유통되는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제조법까지 공유될 뿐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얼마든지 익명 구입이 가능해지면서 불법 약품의 유통속도는 한층 더 빨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례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은 딸을 둔 김지영씨(가명·37·여)는 며칠 전 같은 상황에 있는 부모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낯선 여성으로부터 쪽지를 받았다.

“성인 ADHD 환자인데 약이 보험처리가 안 돼서 부탁드립니다. 혹시 남는 약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몇 알만이라도 구매하고 싶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비슷한 내용의 쪽지를 여러 명으로부터 받아 본 김씨는 ADHD 치료제로 병원에서 처방되는 메칠페니데이트 성분의 콘서타라는 약이 수험생들 사이에 각성제로 인기가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식욕감퇴와 수면장애 등 상당한 부작용이 있는 약이지만, 당장 시험을 앞둔 자녀를 가진 부모들에게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성분도 모르는 다이어트 약,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 역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엑스터시,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의약품 투약으로 검거되는 향정사범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성남 강남을지병원장(중독포럼 공동대표)은 “인터넷과 국제택배를 통한 거래 확산과 유학생을 비롯한 외국 왕래 증가, 신종 마약뿐만 아니라 수면제나 마약성 진통제 등 처방 약물의 남용 증가 등을 고려하면 국내 약물 중독자는 30만명 이상 100만명까지도 추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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