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2014‘s 사회의 창] 순수학문 정리…구조조정 연구기관으로 전락한 상아탑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40720010011508

글자크기

닫기

류용환 기자

승인 : 2014. 07. 21. 06:00

"누군가 희생해야"…지원금 받기 위한 정원감축에 초점
연도별-대학현황
지식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이 정부정책·정치권 싸움 등으로 인해 고등교육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본연의 업무보다 가산점을 받기 위한 ‘구조조정·특성화 사업 연구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특성화 사업은 학령인구 감소·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정치권 이견·대학의 이해관계 등이 얽혀 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총 9만5000명의 대학 입학 정원이 감축됐다. 국립대를 20곳에서 10곳으로, 사립대를 29곳에서 14곳으로 통·폐합한 결과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16만명의 입학정원을 추가로 감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추후 대학원 정원 확대·의무 정원감축 등을 정원감축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대학 구조조정 가산점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이 때문에 대학들도 가산점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산점을 넉넉히 받지 못하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해 대학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정원감축안을 내놓지 않은 대학은(4년제 기준) 건국대·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한국외대 등 13곳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대학은 4~10% 정원감축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모든 대학이 정원감축을 위해 인문·사회·예술계열의 통·폐합을 추진, 이들 학문이 위기를 맞고 있다. 숙명여대·상명대·한국교원대·강원대 등이 학내 반발로 이들 학과 통·폐합을 철회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전 A대학교 입학처 관계자는 “순수학문을 정리대상으로 보는 건 맞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취업률과 정원감축률이 중요한데 손 놓고 있으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고, 그렇다고 취업률 높은 학과의 정원을 감축할 수도 없다.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대학들이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출자금 환원 등 퇴로를 만들어 주지 못하고 있는 교육부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행법상 대학 설립 후 폐교할 경우 출자한 최소한의 금액도 돌려받을 수 없고 공익·사회복지법인에의 출연을 허용하고 있다. 추후 인수합병·평생교육기관 전환 허용도 검토하고 있다. 재산평가액의 30%까지 환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학교법인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대학들이 스스로 문을 닫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설립자의 출자금을 환원해 주자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비리사학 퇴출 특혜논란과 함께 공공재이기 때문에 환원해 주면 안 된다는 야당의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엄진섭 교육부 대학정책과 사무관은 “설립자가 대학 설립을 통해 그 동안 기여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인정해줘야 한다”며 “우려되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용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