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중 절반 정도는 국세청과 관세청 등 이른바 ‘세피아’(세무공무원+마피아) 출신이다.
1일 관계 부처와 대형 로펌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앤장, 태평양, 광장, 세종, 화우, 율촌, 바른, 충정, 로고스, 지평 등 10대 로펌에서 일하는 경제 부처 출신 전직관료는 모두 177명이다.
국세청 출신이 68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감독원 37명, 공정거래위원회 34명, 관세청 19명, 기획재정부 15명, 금융위원회 3명, 국토교통부 1명 등이다.
국세청에다 관세청 등을 더하면 세무 관료 출신이 87명으로, 10대 로펌 경제 부처 출신의 49.2%를 차지했다.
로펌이 세무 관료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기업 고객들의 수요 때문이다.
기업들은 세무조사로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세무조사 대응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수입기업들은 관세에 상당히 민감하다.
‘세피아’ 다음으로는 금감원과 금융위, 공정위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해 세무, 금융, 경쟁 관련 부처 출신이 대형 로펌에 많이 영입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 보건복지부, 외교부, 감사원, 총무처(안전행정부) 등 비(非) 경제부처 출신 관료들도 대형 로펌에서 일하고 있다.
로펌별로는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앤장이 가장 많은 66명의 경제 부처 출신들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태평양 31명, 광장 24명, 율촌 17명, 세종 11명, 화우 10명, 충정 8명, 바른 6명, 지평 4명 순이었다.
반면 로고스는 경제 부처 관료 출신을 영입하지 않았다.
김앤장은 국세청(30명)과 관세청(6명) 출신이 36명이나 돼 10대 로펌 중 가장 많은 전직 세무 관료들을 확보하고 있다.
로펌에 간 경제 관료들의 직급은 실무자에서부터 과장과 국장 등 중간 간부, 국세청장, 관세청장, 금융감독위원장(금융위원장), 장관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전 직급에 따라 고문, 전문위원 등으로 일하고 관련 자격증이 있는 관료 출신은 변호사, 세무사, 관세사 등으로 활동한다.
10대 로펌에 간 경제 부처 관료 중 고문은 70여 명이고 전문위원은 20여 명이다.
로펌에서 경제 부처 출신들은 세무, 금융 등의 분야에 대해 변호사들에게 조언하고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전직 공무원들은 소송에 관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과 안대희 전 대법관의 총리 후보 사퇴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로펌에 간 경제부처 관료 출신들은 ‘전관예우’를 이용해 친정 부처를 상대로 로비를 하거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로펌 관계자는 경제부처 출신들의 영입에 대해 “세무나 금융 등에 대한 전문성 확보와 개방된 법률시장에서 외국 법무법인들과 경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로펌에 간 공직자 출신들은 어떤 형태로든 후배 관료들과 만날 것”이라며 “이런 접촉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