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금융사 최고경영자가 중징계를 받고도 자리를 지키며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이들의 퇴출도 강력히 유도할 방침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정부는 최근 금융권의 내부 통제 부실과 관련해 향후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경우 내부 승진자나 금융업권 전문 경영인이 전담할 수 있도록 낙하산을 막기로 했다.
정권 교체 때마다 ‘공신들’이 전리품을 챙기듯이 주요 금융사 수장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는 게 핵심이다. 관피아와 정치인 등이 낙하산 인사의 주를 이루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 악재와 금융사고로 금융사 수익성이 엉망인 상황”이라면서 “그동안 낙하산 인사로 인한 폐해가 컸던 만큼 이제부터는 철저히 배제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낙하산 척결에 나선 이유는 최근 금융권 사고의 규모와 빈도가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현재 4대 금융지주와 은행 수장 가운데 외부 인사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다. 임영록 회장은 재무부 출신으로 대표적인 관피아로 분류되며 이 행장도 금융연구원 출신이다. KB금융지주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국민카드 고객 정보 유출에 이어 도쿄지점 5000여억원 부당 대출 비리, 주택기금 횡령, 1조원대 허위 입금증 사고까지 금융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정면 대립하면서 내부 통제 부실까지 드러나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전 중징계까지 통보받았다.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재무부 출신의 임종룡 회장이 있으며 홍기택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낙하산 인사 배제와 더불어 중징계를 받은 최고경영자의 퇴출을 통해 금융권 선순환 구조도 정착시킬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문책 경고부터는 중징계로 분류돼 정상적인 금융사 경영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경우 하나캐피탈의 저축은행 부당 대출과 관련해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고 금융당국의 사퇴 압력을 받았으나 물러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중징계를 받은 최고경영자가 속한 금융사에는 상시 감시와 불시 검사를 강화해 내부 통제 미흡에 따른 추가 금융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제재도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책 경고부터는 중징계에 속한다”면서 “이는 최고경영자일 경우 조직을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렵다는 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