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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침몰] 해수부-해경 ‘잘못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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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원 기자

승인 : 2014. 04. 30. 07:52

"사사건건 충돌, 업무 떠넘겨"…"위계질서 없어"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의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해상교통관제(VTS)센터가 나뉘어 있어 세월호에서 신고가 들어왔을 때 우왕좌왕하다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신고는 해수부가 맡은 제주 VTS센터로 들어왔고, 사고 해역을 책임지는 해경 산하 진도연안 VTS센터는 11분 뒤에야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했다.

이에 대해 김광수 목포해양대 해상운송시스템학부 교수는 29일 “협조가 잘 이뤄져 빨리 대응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장도 “잘 운영됐으면 사고를 예방하는 하나의 축이 됐을 것 같은데 지금은 유명무실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평했다.
애초 VTS 센터 관할권은 해수부에만 있었지만, 지난 2007년 태안에서 일어난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를 계기로 항만을 제외한 연안 관제권이 해경으로 넘어갔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해경이 VTS센터 관련 공무원 여러 명을 구속하는 등 무리를 해서 사실상 빼앗은 것”이라고 전했다.

해수부와 해경은 VTS센터를 둘러싼 갈등이 심했고 지금도 앙금이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해수부가 출범 때부터 지켜본 한 정부 관계자는 해수부와 해경이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면서 “애초부터 잘못된 만남이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해수부와 해경이 한 식구가 된 것은 18년 전인 1996년이다.

해수부는 해운항만청과 수산청이 합쳐지고 통상산업부, 과학기술처, 건설교통부 등에 나뉘어 있던 해양 관련 업무를 떼 출범했다.

이때 일반 경찰(육경)과 같이 있던 해경은 해수부 외청으로 독립했다.

정부 관계자는 “해운항만청은 청(廳)이라 법률을 입안하지 못하는 한계 때문에 부(部)가 되려고 했다. 수산청, 해경 등을 끌어와 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해경 역시 해수부 출범으로 득을 봤다.

해경은 경찰 조직 전체로 보면 일반 경찰보다 괄시받았으며 역대 청장도 경찰 출신이 왔던 조직이지만, 해수부 외청으로 독립하면서 그 위상이 높아졌다.

해수부의 출범과 해경의 독립은 양쪽 조직 내부 구성원에게는 등 좋은 일이었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

VTS 센터의 사례에서 보듯, 해수부와 해경의 업무는 밀접히 연결돼 있다.

여객선 허가는 해수부가 내주지만 과적이나 화물 고정 상태를 점검하는 등 안전관리는 해경이 책임진다. 또 안전관리 규정을 만드는 곳은 해수부다.

이처럼 업무협조가 절실하지만 문제는 명확한 지휘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수부와 해경이 완전히 따로 논다”고 전했다.

그는 “정책 입안과 집행 업무가 나눠져 있지만 위계질서가 없다. 화물 고정 장치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점검을 시켜야 하지만, 해수부에서 해경으로 점검을 지시하는 문서를 보낼 수가 없다”면서 “행정체계가 무너졌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위계 질서의 부재에 대해 “해경이 외청이지만 수사권이 있으니 우월의식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제 분야나 오염 방제 등 해수부와 해경은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

해경은 ‘서해훼리호’ 사고를 계기로 연안여객선 운항관리 업무를 해수부에서 위임받았고 VTS센터 2곳의 관제권도 가져가는 등 영역을 넓혀왔다.

하지만 해수부 출신의 한 관계자는 “해경이 야금야금 업무를 가져갔는데 시너지나 통합 등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해수부와 해경이 업무 영역을 많이 가지면 조직이 커진다고 생각해 영역 다툼을 한다. 여러 사안에서 부딪힌다. 좋은 것은 전부 내 것이고 안 좋은 것은 떠넘기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해수부와 해경은 기본적 자료조차 서로 잘 공유하지 않는다.

가령 연안여객 분야 정책을 마련하는 해수부 연안해운과나 산하 지방해양항만청은 해경으로부터 지난해 연안여객선 점검 결과를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

해수부가 점검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면 업무를 게을리 한 것이고, 해경이 지시를 받고도 거부했다면 행정체계가 없다시피 한 셈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해수부와 해경간 관계를 명확히 하고 해사안전관리를 일원화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또 사고가 난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해수부와 해경의 바람직한 관계 정립 방안에 대해 “정부 조직을 한번 훑어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 교수는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방향으로 업무가 조정돼야 할 것”이라고 희망했다.

해수부와 해경 자체도 문제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는 조직이 해체됐다가 다시 합치는 등 부침을 겪은 영향 등으로 ‘믿을 건 선후배뿐’이라며 출신학교나 파벌로 끼리끼리 뭉치는 의식이 유달리 강하고 조직의 화합은 잘 안 되는, 모래알 같은 조직이라는 불명예를 쓰고 있다.

해수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해양정책과 해운·항만, 해양환경, 해양조사, 해양자원개발, 해양과학기술 연구 개발, 해양안전 등 업무는 국토해양부로 △수산정책과 어촌 개발, 수산물 유통 등의 업무는 농림수산식품부로 각각 넘기며 쪼개졌다가 5년만인 지난해 재출범했다.

해양분야 육성이나 수산업 발전 등을 위한 정책적인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부산 표심을 얻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정략적 선택 때문이라는게 중론이었다.

해수부는 다른 부처보다 직렬 간 갈등이 심한 고질적 조직문화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말이 안팎에서 끊이지 않는다.

과거부터 행정고시 출신 해운항만 분야 공무원들은 주로 부산수산대를 나와 기술고시를 거친 수산직 동료들을 무시했고, 반대로 수산 쪽에서는 피해 의식을 가졌다고 해수부 출신 인사들은 말한다.

해수부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조직 융화가 어려웠다. 해운항만 쪽보다 수산 쪽은 예산이나 보직 등에서 소외됐다고 불만스러워했다. 하지만 어촌은 표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지역 의원들과의 유대관계가 있어서 그 파워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합되지 않은 조직은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실력 있는 사람이 보상받는 문화가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아래로 끌어내리기 때문에 통합이 안 된다. 다른 조직보다 파벌이나 계파가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경은 이번 사고에서 적극적으로 구조 작업에 나서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해경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해경이 여객선 안전관리나 구조·수색 업무보다는 수사권을 행사하는데만 더 치중해온 결과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해경 내부에서는 수사 기능이 우선이라 다른 분야는 뒤로 밀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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