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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구사일생 생존자 ...죄책감에 실어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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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명 기자

승인 : 2014. 04. 30. 01:00

최초 신고자 등 8명 의사자 추진… 단원고 교장 등 죄책감 시달려
생존 아이들에게 "몇 명 살렸냐" 질문도… "살아남은자 보듬어야"
세월호 침몰 당시 탑승객들을 구한 이들에 대해 의사자 추진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살아남은 자들은 구조작업을 했어도 죄인 취급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의사자’란 자신의 직무 외의 행위로서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의 위급한 재해를 구제하다가 사망한 사람을 의미한다.

하지만 생존자들 가운데는 세월호 침몰 당시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할 말 조차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심지어 단원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몇 명 구하고 구조됐냐’는 질문까지 횡행하는 등 생존자를 두고 가치를 평가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편 승객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선장과 선원 16명은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구조작업을 뒤로 한 채 먼저 배에서 탈출, 비난을 사고 있다.

◇의사자 청원 줄이어

29일 보건복지부와 인천시, 안산시 등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당시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잃은 7명과 첫 조난신고를 한 단원고 학생 등을 대상으로 의사자 지정을 요청하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7일 승객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제주출신 승무원 정현선(28)씨와 그의 예비신랑 김기웅(28)씨에 대한 의사자를 추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이들 예비부부에 대한 의사자 지정을 보건복지부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또 자신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건넨 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2학년 정차웅 군과 단원고 남윤철·최혜정 교사도 제자들을 구하다 정작 자신의 생명은 구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아내에게 “통장의 돈으로 아이들 등록금을 하라”며 “학생을 구하러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실종된 세월호 양대홍 사무장과 “너희들 다 구하고 따라가겠다”며 책임을 다한 승무원 박지영씨 등도 의사자 추서가 추진 중이다.

여기에 세월호 침몰 사실을 전남 소방본부에 최초로 신고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탈출하지 못한 최덕하 군도 의사자 대상에 포함됐다.

◇죄인이 된 생존자들?

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버린 8명에 대한 의사자 추진이 진행 중이지만 아비규환 속에서 타인을 생명을 구하고도 많은 ‘홀로 살았다’는 비난을 받으며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18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전남 진도군실내체육관 인근 소나무에서 목을 메 자살한 단원고 교감 강모씨의 자살 전까지 주변으로부터 “(세월호를 이용하는 수학여행을 결정한)당신 때문에 아이들이 죽었다. 왜 아이들을 안 구하고 혼자 살아왔나”라는 등의 비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강 교감은 “200여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는 유서를 남긴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뒤에야 “강 교감이 자신을 비롯한 6~7명의 생명을 구했다”는 여대생이 등장하면서 주위를 숙연케 했다.

단원고 학생의 수학여행 인솔을 맡았던 모 여행사 직원 A모씨(50)는 침몰 당시 10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는 등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펼치다 맨 마지막에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변의 시선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생존자 등에 따르면 A씨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학생이 세월호 복도에 있는 것을 발견, 구명조끼를 넘겨주기 위해 난간 사이를 질주하다가 물에 빠져 전신 타박상을 입었다.

A씨의 이러한 선행은 언론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아이들이 죽었는데)홀로 탈출했다”는 비난을 받은 뒤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A씨는 당시 입은 충격으로 정상적인 대화는 물론 일상적인 기억조차 떠 올리지 못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남은 자의 아픔은 수학여행을 갔던 단원고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등 이들이 입원한 병원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몇 명을 구하고 탈출했냐”는 말이 회자되면서,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학생들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대형 사고로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남을 구하고 살았느냐 죽었느냐를 놓고 선을 긋는 행위는 적절치 않다”며 “(대형 사고에서도) 살아온 그들을 보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종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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